‘12·3 비상계엄’ 사태의 수사가 계엄군→계엄 국무회의→계엄 총책임자 윤석열 대통령으로 빠르게 치닫고 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구속영장에는 윤 대통령이 김 전 장관과 내란을 공모한 ‘내란 수괴(우두머리)’로 적시됐다. 결국 김 전 장관 등 수사선상에 오른 피의자들과 참고인에 대한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사실상 윤 대통령에 대한 강제수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수사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윤 대통령 측도 변호인 물색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남천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 실질 심사)을 진행했다. 김 전 장관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내란 중요 임무 종사 등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장관의 구속영장에는 ‘김 전 장관이 윤 대통령과 공모해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내란을 일으켰다’는 내용이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찰은 윤 대통령을 ‘내란 수괴’로 지목하면서 최종 수사 종착지는 윤 대통령임을 밝혔다. 영장에는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조지호 경찰청장도 내란 혐의가 있다고 기재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장관은 8~9일 검찰 조사에서 “포고령은 내가 작성했고 윤 대통령과도 상의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지시했고 김 전 장관이 이를 총괄해 실행했다는 취지다. 윤 대통령이 받는 혐의인 내란 수괴의 법정형은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다. 김 전 장관 등 내란의 중요 임무 종사자는 사형·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 징역이나 금고다. 윤 대통령도 이처럼 빨라지고 있는 수사에 대비해 며칠 사이 법률 대리인 선임을 위해 현재 대형 법무법인 등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계엄군 핵심 관계자에 대한 수사는 윤곽이 잡히고 있다. 이날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비상계엄 핵심 주동자 중 한 명인 여 전 사령관을 소환해 조사했다. 여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의 지휘를 받고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병력과 요원을 보내 국회의원 등 주요 인사를 체포하려 했다는 의혹이 있다. 홍장원 국정원 1차장과 조지호 경찰청장은 국회에 나가 “여 전 사령관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 주요 인사들의 위치 추적을 요구했다”고 밝힌 바 있다.
비상계엄을 실행한 당시 계엄군 핵심 관계자들이 구속되고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으면서 검찰과 경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수사망을 윤 대통령으로 점점 좁혀가고 있다. 계엄군뿐 아니라 비상계엄 심의 당시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으로까지 수사 범위가 확대되는 모양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비상계엄 선포 전후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 등에 대해 출석요구를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현장에 동석한 조태용 국정원장 등 11명이 대상이다. 당시 회의에는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성재 법무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 김영호 통일부 장관 등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총리는 내란·직권남용 등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조 청장도 이날 오후 4시께 서울경찰청 마포청사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김봉식 서울청장도 소환에 응하기로 하고 조만간 조사를 받는다.
이들에 대한 조사가 끝나면 곧바로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본격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검찰과 경찰·공수처가 경쟁적으로 수사를 하고 있어 조만간 대통령실·관저 압수수색이나 윤 대통령 소환 요구, 강제수사도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공수처는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의 청구를 법원이 기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핵심 피의자들이 조사에 상대적으로 순순히 응하고 혐의를 일부 인정하면서 윤 대통령에 대한 직접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김 전 장관은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나가지 않았다. 그는 변호인 입장문을 통해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며 “부하 장병들에게 선처를 부탁드린다”고 혐의를 일부 인정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조 청장과 박 청장이 소환 조사에 곧바로 응하고 박 전 사령관과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 등도 전날 검찰 출석 요구에 맞춰 조사를 받는 등 수사에도 속도가 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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