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급등하던 알트코인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장기 보유자들의 이익 실현 매물이 지속적으로 시장에 풀리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효과’가 끝나고 시세 조정 국면에 들어갔다는 분석도 나오는 가운데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0일 가상자산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주요 알트코인 가격은 이날 일제히 하락했다. 알트코인의 대장주인 이더리움은 이날 오후 2시 30분 기준 24시간 전 대비 6%가량 떨어진 3700달러 선에 거래됐다. 최근 일주일간의 상승분을 모두 반납한 수준이다. 가상자산 시가총액 4위 리플은 24시간 전 대비 12% 이상 하락한 2.18달러에 거래됐다. 11월 초순 1달러 아래에서 거래되던 것에 비하면 아직도 높은 가격이지만 이달 3일 2.7달러까지 갔던 고점과 비교하면 많이 떨어졌다. 시총 5위 솔라나는 24시간 전 대비 7%대 하락한 215달러 선에 거래돼 일주일 전에 비해 5.6% 하락했다. 밈코인 중 도지코인은 24시간 전 대비 10.7%, 7일 전 대비 4.6% 하락한 0.4달러 선에 거래됐고 시바이누는 24시간 전보다 15.4%, 일주일 전보다 10.8% 하락한 0.00002637달러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거론하는 악재는 리플이 출시하기로 한 자체 스테이블 코인 ‘RLUSD’ 출시가 미국 규제 당국의 심사가 늦어져 불발됐다는 소식이다. 당초 4일(현지 시간) 출시 예정이었지만 리플 측이 돌연 연기했다. 7일에는 데이비드 슈워츠 리플 최고기술책임자(CTO)가 한 콘퍼런스에서 “연내 출시가 불투명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 소식이 리플 가격뿐만 아니라 주요 알트코인 전반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큰 폭의 상승을 보인 알트코인들 위주로 조정세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RLUSD 출시가 미뤄지면서 리플이 하락하자 다른 알트코인들도 동반 하락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개별 악재뿐만 아니라 시장의 상승 모멘텀 자체가 약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가상자산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는 디지털 자산 분석 업체인 10x리서치의 보고서를 인용해 “거래량 감소, 장기 보유자들의 대규모 막대한 이익 실현 등 시장의 모멘텀이 약화하고 있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마커스 틸렌 10x리서치 설립자는 “모든 종목이 다 같이 상승하지 않는 단계로 들어가면서 투자자들은 어떤 포지션이 유리한지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시적 조정기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미국의 가상자산 관련 정책이 아직 본격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미국을 세계 가상자산의 수도로 만들겠다는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의 구체적인 정책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면서 “장기 보유자들의 매물이 소화되고 트럼프의 친 가상자산 행보가 가시화하면 본격 상승기가 찾아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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