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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개혁 저지' 외친 의협회장 후보들… "의사 말 들으려 할 때까지 들고 일어나야"

선거운동 시작 후 첫 정견발표회

필수·지역의료 정책에 "공허하다"

싸늘한 국민여론엔 뾰족한 수 못내

"국민 언어로 '데이터' 들고 설득"


법정 의사단체인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에 나선 후보 5명이 10일 합동 정견발표회에서 현재 정부가 진행 중인 의료개혁의 전면 중단을 위한 투쟁에 앞장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모두가 강경론에 방점을 찍은 이들은 “의료인을 처단하겠다는 정부를 어떻게 믿느냐” “회장이 감옥에 가야 한다면 명예롭게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누가 차기 회장이 되든 이미 장기전이 된 의정 갈등이 단시일 내 해결 실마리를 찾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민여론에 대해서는 낮은 자세로서 데이터로 설득하겠다는 가운데 “의사 말을 들을 때까지 더 싸워야 한다”는 주장도 나올 정도로 곤혹스러움을 드러냈다.

김택우·강희경·주수호·이동욱·최안나(이상 기호 순) 의협 회장 후보는 이날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의협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로 열린 정견발표회에서 각자의 의견을 말했다. 의대 정원 증원 문제를 비롯해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등 의료개혁 방안들에 관해 후보자는 다섯이었지만 그 목소리는 ‘즉각 중단 요구’로 거의 비슷했다.

1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의협)에서 제43대 의협 회장선거 합동 정견발표회가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김택우·강희경·주수호·이동욱·최안나 후보. 연합뉴스




김 후보는 “지금은 비정상적 상황을 정상화하기 위해 정부의 무모한 의료개혁 추진을 막고 의대 정원 문제 해결에 역량을 총동원할 때”라고 말했다. 주 후보도 “정부·정치권·언론이 의사들 이야기를 들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계속 들고 일어나 싸울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후보는 “정부가 현재 의료농단 사태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 후 의협과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후보는 “실질적 정책결정권자를 만나서 현 정부의 소위 의료 개혁을 우선 멈추도록 이야기하고 근거와 합의를 기반으로 정책을 마련해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현 정부가 대화 대상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했다. 이 후보도 “1년간 시청 앞에서 매주 집회를 벌였고 윤석열 정권 상대로 출퇴근길 피켓을 들고 수없이 얻어맞으며 의료 정상화를 위해 싸웠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진행 중인 세부 정책에 대해서도 반대의견이 컸다. 이 후보는 정부의 필수·지역의료 대책에 대해 “공허한 정책”이라고 잘라 말하며 “국가가 인프라를 전적으로 책임지고 그 외 인력 유치 등은 인센티브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후보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제도에 대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이어 의사들을 괴롭힐 또 다른 괴물”이라며 “데이터주권을 확보해 정부 입맛대로 할 수 없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후보는 의료사고 안전망 대책으로 의료법원을 만들어 의료전문가가 과실 여부를 판단하고 보상 문제는 사회안전망 개념의 국가책임제 도입을 주장했다.

1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의협)에서 제43대 의협 회장선거 합동 정견발표회가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김택우·강희경·주수호·이동욱·최안나 후보. 뉴스1




다만 장기화한 의정갈등 속에서 싸늘한 국민여론의 설득 방안에는 후보들 모두 뾰족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그저 의사들의 언어가 아닌 국민들의 언어로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거나 데이터 중심으로 이야기해보겠다는 대답 정도였다.

김 후보는 “의사는 데이터로 말하는 의과학자”라며 “의대 정원 문제도 하루빨리 수급추계위원회를 구성해 데이터 기반으로 국민을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후보는 “국민들은 의료개혁이 아닌 ‘개선’을 원한다. 바람직한 의료 개선은 국민뿐 아니라 소신 진료를 원하는 의사들도 바란다는 점을 설득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의사들끼리 카톡방에서만 말할 게 아니라 국민들과 진정성 있게 소통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강 후보 역시 “국민들이 의사 편을 들어주지 않는 데는 ‘의사들의 언어로만 말하고 있다’는 점도 있다”며 “데이터로 보여준다면 국민들도 공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주 후보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의정갈등 초기 의협 비대위에서 열심히 홍보에 나섰지만 잘 되지 않았던 경험을 말하며 “국민 입장에서 말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국민들이 현 제도를 원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은 의사들의 이성적, 논리적 말보다 시민사회단체의 정서적 이야기에 더 끌린다”며 “왜 의사들이 들고 일어났는지 귀담아듣겠다는 자세를 갖출 때까지 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의협)에서 제43대 의협 회장선거 합동 정견발표회가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김택우·강희경·주수호·이동욱·최안나 후보.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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