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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수상' 한강 "어두운 밤에도 우리를 잇는 건 언어…생명 파괴하는 모든 행위 반대"

■노벨상 수상자 만찬 연단에 선 한강

"모두가 저마다의 '나'로 살아가

여덟살 때 찾아온 '1인칭 경험'

책 읽고 쓸때마다 두고두고 새겨"

시상식 이어 스웨덴 왕족 등 연회

낭독·대담 후 노벨주간 마무리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시청사에서 열린 연회에 참석해 왕족 크리스토퍼 오닐(오른쪽)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시청사에서 열린 연회에서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AP연합뉴스


“문학 작품을 읽고 쓰는 일은 필연적으로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이 수상 소감으로 “가장 어두운 밤에도 언어는 우리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묻고, 언어는 이 행성에 사는 사람의 관점에서 상상하기를 고집하며, 언어는 우리를 서로 연결한다”고 말했다.

10일(현지 시간) 오후 7시 스톡홀름 시청 블루홀. 노벨상 시상식이 끝난 뒤 진행된 2024 노벨상 시상식 연회에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과 실비아 레나테 좀멀라트 왕비 내외를 비롯한 왕족들과 총리, 스웨덴 한림원 관계자 등 1200여명이 참석했다. 한강은 구스타프 16세의 사위인 크리스토퍼 오닐과 연회장으로 입장해 구스타프 16세와 대각선 방향에 앉아 연회를 즐겼다.

만찬과 공연으로 네 시간 가량 이어진 이날 연회의 하이라이트로 꼽힌 시간은 노벨상 각 부문 수상자들이 소감을 3~4분 남짓으로 돌아가면서 나누는 자리다. 한림원 측에서 한국어로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소개하게 되어 영광”이라며 한강의 수상 소감을 요청하자 한강은 자신의 여덟 살 시절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앞서 그는 7일 진행된 노벨 문학상 수상자 강연에서도 여덟 살 썼던 사랑에 관한 시를 인용하며 자신의 오랜 문학적 질문을 소개한 바 있다.

한강 작가가 받은 노벨문학상 증서 /사진 제공=한림원




그는 “여덟 살 때 오후 산수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던 중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 다른 아이들과 건물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던 일을 기억한다”며 이 기억이 생생히 남은 이유를 설명했다. 한강은 “길 건너편에는 비슷한 건물의 처마 아래에 비를 피하는 사람들이 보여 마치 거울을 들여다보는 기분이 들었는데 내리는 비를 바라보고 그 비에 팔과 다리가 젖는 것을 느끼면서 그 순간 갑자기 이해하게 됐다”며 “저와 나란히 비를 피하는 사람들과 길 건너편에서 비를 피하는 모든 사람이 저마다 '나'로서 살고 있었다”고 말했다.

저마다 비를 피하는 사람들을 지켜본 그 순간을 어린 아이가 ‘수많은 1인칭을 경험한 순간’으로 꼽았다. 그때의 1인칭 경험은 경이로운 순간으로 기억에 남았고 책을 읽고 쓸 때마다 두고두고 새기는 장면이 됐다. 그는 “책을 읽고 글을 쓴 시간들마다 이런 경이로운 순간을 되새기고 또 되새겼다”며 “언어의 실타래를 따라 마음의 깊은 곳에 들어가면 다른 내면과 마주한다”고 전했다.

연회를 중계한 스웨덴의 공영 방송사 SVT는 이날 방송 중 한강을 인터뷰한 영상을 공개했다.

한강은 이 인터뷰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를 집필한 과정을 두고 “모든 조각을 모으고 싶었다”며 “살해당한 사람들의 일기를 읽었고, 이는 생존자로서의 죄책감이었다. 어떤 사람은 저나 제 가족 대신 죽었을 수도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앞서 시상식에서 한강을 호명한 소설가 엘름 맛슨은 “한강의 목소리는 매혹적으로 부드럽지만 형언할 수 없는 잔인함, 돌이킬 수 없는 상실을 말한다”며 “한강의 세계에서 사람들은 상처 입거나 연약하지만 한 걸음 나아가거나 다른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충분한 힘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노벨 주간의 백미로 꼽히는 노벨상 시상식과 연회를 마친 한강은 11일 국내 기자단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에서 이번 노벨문학상 여정을 마무리하는 소감을 밝혔다. 12일에는 스톡홀름 왕립극장에서 열리는 한강 작품의 낭독 행사에 참석해 스웨덴의 번역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유키코 듀크와 대담을 펼치며 길었던 노벨 주간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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