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형항공사(FSC)가 주로 운항해온 유럽과 서남아시아 등 중장거리 노선 운수권을 추가 확보해 에어프레미아와 티웨이항공 등 저비용항공사(LCC)에 우선 배분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으로 탄생하는 ‘메가 캐리어(초대형 항공사)’의 항공 운임 인상 문제 등을 관리하면서 LCC들을 적극 육성해 경쟁 환경이 유지되도록 할 방침이다.
국토교통부는 11일 경기도 시흥시 한화오션 R&D캠퍼스에서 열린 산업 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항공운송 산업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12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주식 취득에 따른 세계 10위권 ‘메가 캐리어’ 탄생을 앞두고 마련됐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대금 1조 5000억 원 중 이미 지급된 7000억 원을 제외한 잔금 8000억 원을 납입하면서 2020년 이후 4년 만에 인수 절차를 마무리했다.
통합 항공사의 보유 항공기 수는 대한항공 158대(여객기 135대, 화물기 23대), 아시아나항공 80대(여객기 68대, 화물 12대)를 합쳐 총 238대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 양 사의 통합 매출은 21조 1000억 원(대한항공 14조 6000억 원, 아시아나항공 6조 5000억 원), 통합 자산은 42조 8000억 원(대한항공 31조 원, 아시아나 11조 8000억 원)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약 2년간 독립 운영 기간을 두고 기업 문화 융합, 마일리지 통합 등 화학적 결합을 마무리한 뒤 2026년 12월 통합 FSC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양측이 거느린 LCC인 진에어와 에어부산·에어서울도 합쳐지면서 보유 기단 수 기준으로 제주항공을 제치고 국내 LCC 업계 1위에 등극하게 됐다. 경쟁 관계이던 FSC 두 곳이 한데 뭉치는 데다 국내 LCC 시장까지 주도하게 되면서 독점기업이 돼 횡포를 부릴 수 있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기업결합으로 통합된 항공 네트워크를 효율화하고 서남아 등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의 운항 확대를 통해 국민 이동 편의와 기업 활동 지원을 강화하겠다”며 “두 항공사의 합병에 따른 국민의 독과점 우려를 해소하고 소비자 보호를 위해 건전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독과점 우려 노선에 대해 시장 경쟁력 회복 시까지 운임 인상을 제한하고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를 전환·소멸시키는 과정에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운임 인상 제한은 양 사의 중복 국제 노선 68개 중 38%(장거리 중복 노선 12개 포함)인 독과점 우려 노선에 부과한다. 마일리지의 경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2019년 말 시행한 제도보다 불리하게 변경하지 못하도록 국토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이행감독위원회를 구성해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중복 노선을 축소하고 더블린·코펜하겐 등 잠재 수요가 확인된 신규 노선 취항을 유도하기로 했다. 중장기적으로는 다카·콜롬보 등 서남아, 산티아고·리마 등 중남미 진출도 독려할 방침이다. 또 중첩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미국·유럽 등 노선에 대해서는 출발 시간을 분산시켜 소비자 선택권을 증대시키기로 했다.
국토부는 초대형 항공사 등장에 움츠러든 LCC 육성책도 마련했다. 지난달 기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계열이 절반(여객 비중 47.7%)을 점유한 국제선 여객의 경우 서남아·유럽 등의 운수권 증대분을 LCC 중심으로 배분해 경쟁 환경을 복원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내외 경쟁 당국의 시정 조치 요구로 대체 항공사의 진입이 필요해진 중국과 일본·동남아시아 등 노선 역시 LCC가 우선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며 “중국 장자제·시안과 일본 나고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태국 푸껫, 호주 시드니 등이 대상 노선”이라고 설명했다.
LCC들도 이번 합병을 사업 영역 확장의 기회로 삼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에어프레미아는 미국을, 티웨이항공은 유럽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에어프레미아의 경우 내년 1월부터 뉴욕편을 주 5회에서 주 7회, LA편은 주 7회에서 10회 이상으로 늘려나가기로 했다. 내년 6월과 10월부터는 각각 호놀룰루와 시애틀 신규 운항을 준비 중이다. 티웨이항공은 내년 4월부터 로마행과 프랑크푸르트행을 주 4회에서 7회로 증편할 예정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에 따라 인천국제공항 터미널도 재배치한다. 현재 제1터미널(아시아나항공·에어부산·에어서울), 제2터미널(대한항공·진에어)에 분산돼 있어 환승 효율 및 협력 강화를 위해 2터미널에 집중시키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국토부는 내년 3월까지 재배치 계획을 수립해 내년 하반기 이를 실행할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인천공항은 환승 확대와 노선 다변화로 국제 경쟁력을 갖추도록 지원하겠다”며 “지방 공항은 전용 운수권 확대와 거점 항공사 육성 등으로 국가균형발전을 도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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