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은 제게 고향과도 같습니다.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인 하나은행에서 배우고 익혔던 지식은 지난 제 30년 조직 생활에 훌륭한 밑거름이 됐습니다. 하나자산운용을 명실상부한 국내 정상급 운용사로 도약시키는 것이 직장인으로서 제 마지막 목표입니다.”
11일 서울 여의도 하나자산운용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김태우 하나운용 대표는 하나금융그룹을 자신의 고향이라고 소개하면서 이 같이 밝혔다. 김 대표는 취임 후 1년여 간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 “어느덧 나이 60을 바라보고 있는 내게 하나운용은 마지막 직장이나 다름없다”며 “대표 임명을 영광스럽게 여기며 조직 발전을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답했다.
스타 펀드매니저로 금의환향(錦衣還鄕)
친정과의 재회는 국내 대형 헤드헌팅 회사로부터 받은 한 통의 제의에서 비롯됐다. 블라인드 채용 형식으로 운용사 사장 후보를 뽑는다는 내용이 전부였을 뿐 해당 회사의 이름도 알 수 없었다. 다올자산운용(옛 KTB자산운용)에서 조직 재정비(리빌딩)에 성공한 성과를 인정받으며 7년 넘게 대표 생활을 하던 터라 혹할 내용이 아니었다.
당시 김 대표는 이미 업계에 정평이 난 ‘스타 펀드매니저’ 출신 최고경영자(CEO)였다. 김 대표는 미래에셋자산운용 재직 당시 회사 간판 펀드인 ‘디스커버리’를 본인 이름으로 출시해 2001~2003년 3년 연속 전체 공모주식펀드 평가 상위 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당시 누적 수익률만 201.25%로 시장 수익률(99.91%)을 100%포인트 이상 앞질렀다. 이 정도 경력과 국제 감각을 갖춘 CEO는 통상 업계 추천이나 소개를 통해 자리를 옮긴다.
그런데 해당 제의는 김 대표의 마음 속에 남아 있던 도전 정신을 자극했다. 김 대표는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찰나에 제의를 받았다"며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지원하기로 결정했다”고 술회했다.
입사 경쟁은 치열했다. 김 대표는 아직 지원 회사가 어디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세 명의 외부 심사위원을 상대로 40분 간 향후 운용 계획과 비전을 설명해야 했다. 1차 면접 통과 후 최종 20인에 이름을 올리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이 지원한 회사가 하나운용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2차 면접은 1차보다 더 수월했다. 하나금융그룹이 가진 강점이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두 차례의 발표 면접에서 다른 후보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아 23년 만에 친정으로 돌아왔다. 김 대표는 당시를 돌아보며 “회사 이름을 듣는 순간 운명임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목불인견(目不忍見)에서 환골탈태(換骨奪胎)로
지난해 10월 말 취임한 김 대표에게는 조직 리빌딩이라는 특명이 내려졌다. 하나운용은 지난 2017년 스위스계 금융그룹인 UBS와의 합작 관계가 끝났다고 선언했음에도 지난해 3월에야 대주주 변경안을 금융 당국에서 승인받았고 6년 동안 회사는 방치됐다. 경영 유인이 적은 UBS가 계속 최대주주로 남아 있던 바람에 회사의 발전 동력은 점점 떨어졌다.
젊고 의욕 있는 직원들의 경우 3년을 넘기지 못하고 퇴사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있으나 마나 한 성과급 제도 탓에 열심히 일하던 남은 직원들도 의욕을 잃었다. 당시 조직 문화를 평가하는 내부 보고서에는 ‘목불인견(目不忍見)’이라는 말까지 적혔다.
김 대표는 회사가 UBS의 지분을 모두 인수해 하나증권의 100% 자회사로 새출발하게 되자 사무 공간부터 개축(리모델링)했다. 김 대표는 대표실을 비롯해 회사 내부를 전부 뜯어냈다.
김 대표는 “취임 이후 임원진 회의에서 모든 것을 다 바꾸고자 했다”며 “회사 운영 방향을 설명하면서 ‘환골탈태(換骨奪胎)'라는 사자성어를 인용했을 정도”라고 회상했다.
김 대표는 회사 규정과 제도도 대대적으로 손봤다.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을’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객관적인 평가 시스템을 마련하고 성과급 제도를 개선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중 하나인 피델리티자산운용에서 일하며 익혔던 선진 시스템과 다올운용 대표 재임 때 조직 리빌딩에 성공했던 경험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직무별 평가 등급을 최하 ‘D’에서 최고 ‘S’까지 5단계로 분류하고 운용·마케팅·지원 등 부서별 특성에 맞춰 기준을 달리 조정했다.
김 대표는 “최대한 공정하고 투명한 성과 보상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힘썼다”며 “현재 조직 리빌딩은 90% 정도 완료한 상태”라고 소개했다.
TDF와 ETF 경쟁 본격 참여…"잘 하는 것에 집중"
김 대표는 조직 리빌딩 중에도 회사 성장을 도외시하지 않았다. 각 부서에 필요한 인재를 영입하며 성실하게 재도약을 준비했다. 올 1월에는 20여 년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재직 시절부터 인연이 있던 권정훈 전 다올운용 멀티에셋본부장을 최고투자책임자(CIO)로 영입하고 다올운용에서 리테일(개인 금융) 마케팅을 담당했던 장용훈 상무를 채널마케팅 총괄로 선임했다.
김 대표는 “11년 동안 같이 일하면서 권 CIO의 운용 능력이 정말 뛰어나다고 느꼈다”며 “능력이 검증된 인재들을 모셔 와 운용 위험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수익성은 최대한 끌어올리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향후 회사 먹거리로 타겟데이트펀드(TDF)와 상장지수펀드(ETF) 사업을 꼽았다. 운용사 간 상품 경쟁이 치열한 시장임에도 그는 성공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 대표는 “하나금융그룹이 강점을 보이는 채권형과 단기 머니마켓펀드(MMF) 관련 상품을 앞세워 ETF와 퇴직연금 시장에서 양적·질적 성장을 모두 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he is… △1967년생 △경성고등학교 △연세대 경영학 학사 △뉴욕대 국제금융학 석사 △1993년 하나은행 입사 △2000년 미래에셋자산운용 주식운용팀장 △2006년 피델리티 자산운용사 한국 주식투자부문 대표 △2016년 다올자산운용(옛 KTB자산운용) 대표이사 △2023년~ 하나자산운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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