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은 국가와 지역을 넘어 전 세계를 연결하는 인류 공통의 언어입니다. 한국은 세계 각국과 협력하고 때로는 경쟁하며 과학기술 허브로 거듭나고자 합니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11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앰배서더호텔에서 열린 ‘2024 K사이언스&테크놀로지 글로벌 포럼’에 참석해 “과학기술 국제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법·제도 정비도 추진할 계획”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번 포럼은 경제·외교·안보에서 인공지능(AI)·바이오·양자 등 첨단 과학기술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효과적인 국제 협력을 위한 정부·외교관·연구자 간 소통을 확대하기 위해 마련됐다. 73개 국가 및 4개 국제기구의 주한 외교관 108명을 비롯해 국제 공동 연구 참여 연구자 등 총 200여 명이 참석했다.
유 장관은 “정부는 국제 협력 생태계 조성을 위해 연구개발(R&D) 투자를 포함해 관련 예산을 올해 약 1조 8000억 원으로 확대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3년간 5000억 원 안팎으로 정체됐던 글로벌 R&D 예산을 3배 이상 증액시킨 것이다. 전날 국회를 통과한 2025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글로벌 R&D 예산은 2조 2000억 원으로 확정됐다. 내년도 예산안에서 일부 글로벌 R&D 예산이 삭감된 것에 대해 유 장관은 “더 올라야 한다”면서 “지금 상태로는 안 되고 추경을 해야 한다”고 했다.
과기정통부는 과학기술 국제 협력 강화 방안을 담은 ‘과학기술외교 이니셔티브’를 이르면 내년 1분기 중 발표할 예정이다. 구혁채 과기정통부 기획조정실장은 “과학기술외교 이니셔티브의 기본 방향은 민간 주도”라며 “앞으로는 민간 섹터가 잘하는 분야를 정부가 뒷받침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5세대 이동통신(5G) 기술 개발을 위해 SK텔레콤과 독일 도이치텔레콤이 합작회사를 만들었던 사례처럼 공동 기술사업화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생태계 조성 등 국제적인 입지 강화를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구 실장은 “외교부와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해외 공관의 과학기술 지원 기능을 높이고 공관을 중심으로 과학기술 단체를 강화시킬 것”이라며 “이 같은 업무를 총괄하는 글로벌 협력 기관을 신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역별 협력도 차별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일 예정이다. 호라이즌 유럽 등을 포함한 다자간 연구 프로그램 참여 예산도 1조 2500억 원으로 확정됐다. 구 실장은 “내년 초 한·EU 디지털파트너십 개최를 통해 유럽과의 협력 관계를 다양화시킬 것”이라며 “미국과는 보스턴·코리아 프로젝트처럼 대규모 플래그십 프로젝트를 잇따라 가동시킬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과는 내년 경주에서 개최되는 ‘APEC 정상회의’를 기회로 정보통신기술(ICT) 데이터 공동 개발 계획을 추진한다. 또 중남미와 아프리카 국가들과도 플래그십 프로젝트를 다양화한다는 목표다. 공적개발원조(ODA) 방식도 일회성을 탈피해 공동 연구 패키지형으로 진행한다. 구 실장은 “과학기술·ICT 분야의 빠른 의사 결정을 위해 과학기술전략위원회를 만드는 등 정기적인 협력 채널을 이어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이번 포럼에서 AI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얀 르쾽 뉴욕대 교수가 ‘AI 기술의 발전과 글로벌 협력’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했다. 르쾽 교수는 “현재의 AI 수준이 아직은 인간의 지능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AI 발전을 위해서는 전 세계적 협력과 오픈소스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메타의 수석AI과학자이기도 한 그는 발표에 앞서 메타의 스마트안경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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