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건설업과 도·소매업 고용 한파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제조업 일자리도 10만 명 가까이 줄어들었다. 20대의 ‘쉬었음’ 인구도 20%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경기 침체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11일 발표한 ‘1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12만 3000명 늘어난 2882만 1000명이었다. 고용률은 같은 기간 0.1%포인트 상승했다. 실업률은 2.2%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0.1%포인트 줄었다.
산업별 취업 현황을 살펴보면 내수 관련 업종을 중심으로 일자리 감소세가 길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도·소매업 취업자는 지난달 8만 9000명 줄었다. 올해 3월 전년 동월 대비 1만 4000명 감소한 후 9개월 연속 감소했다. 9월(10만 4000명)과 10월(14만 8000명)에는 감소 폭이 10만 명을 웃돌기도 했다. 건설업 역시 고용 한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건설업 취업자는 지난달 9만 6000명 줄어들며 7개월 연속 뒷걸음질 쳤다. 정부 관계자는 “누적된 건설 수주 감소가 시차를 두고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라며 “최근 아파트 입주 물량이 늘고 있어 내년 상반기에는 감소 폭이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년층 취업도 어렵다.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은 10월 0.4%포인트 상승한 데 이어 지난달에도 0.2%포인트 증가했다. 지난달 20대 ‘쉬었음’ 인구는 38만 7000명으로 1년 전과 비교해 20.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요즘 청년 세대들은 사실상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해도 채용 과정이 임박하지 않으면 쉬었다고 답하는 경향이 있다”며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사람과 마찰적 실업에 있는 사람도 포함된 수치”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우리 경제를 받치고 있는 제조업에서도 일자리 감소세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1월 제조업 일자리는 9만 5000명 줄었다. 7월 1만 1000명 감소한 후 8~10월 3만~4만 명대 감소세를 이어오다 지난달 들어 감소 폭이 10만 명에 가까워진 것이다.
제조업 일자리가 악화되는 것은 수출 둔화세와 관련돼 있다. 최근 수출 증가세는 고용 창출 효과가 낮은 반도체 같은 첨단산업이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취업자 수가 많은 자동차·철강 등은 수출 실적이 후퇴하고 있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제조업은 자동화·첨단화되면서 고용 창출 역량이 예전만 못하다”며 “최근 대내외 불확실성이 증가해 기업들이 소극적으로 경영하는 것도 원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7월(13.5%)과 8월(10.9%)에는 수출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했지만 9월(7.1%)과 10월(4.6%)에는 증가 폭이 축소됐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수출 실적은 176억 달러(25조 2014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12.4% 늘었지만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23억 4000만 달러)은 5% 느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달 일평균 수출액(24억 달러)보다 감소한 수치다.
내수와 수출이 모두 어렵다 보니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을 줄줄이 하향 조정하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이날 한국의 내년도 성장률을 2.3%에서 2.0%로 하향 조정했다. ADB는 “내수의 경우 기준금리 인하, 정부 정책 등으로 개선될 여지가 있다”면서도 “반도체 수출 증가의 영향이 점차 둔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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