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반도체 기술과 영국의 인공지능(AI) 역량이 결합하면 세계 최고 수준의 최첨단 AI모델을 구동할 수 있는 반도체 칩을 선보일 수 있을 것입니다.”
세라 맥과이어(사진) 주한영국대사관 참사관은 1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페어몬트앰배서더호텔에서 열린 ‘2024 K사이언스&테크놀로지 글로벌 포럼’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과학기술 협력은 양국의 공통 관심사와 기술적 강점, 수요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하며 한국과 영국은 다양한 분야에 걸친 시너지를 가진다”며 이같이 밝혔다.
특히 AI를 둘러싸고 심화하는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과 영국이 각각 반도체와 AI라는 특장점을 결합해 AI반도체 기술에서 앞서나갈 수 있다는 게 디지털 분야 외교 전문가의 시각이다. 맥과이어 참사관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영국 디지털부·산업부·외무부 등을 거치며 디지털 기술 정책 등 업무를 담당했다.
그는 “양국의 강점 기술 분야는 상호 보완적이기 때문에 서로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놓이는 경우가 드물다”며 “양국은 기술협력에 있어 이상적인 파트너”라고 평가했다. 실제 영국은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HAI) 등으로부터 미국·중국을 잇는 AI 3강(G3)으로 평가받는다. 한국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기존 메모리반도체 우위를 바탕으로 AI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주도하며 엔비디아와도 협력하고 있다.
딥페이크, 가짜뉴스, 개인정보 침해 등 AI 부작용에 대응하는 ‘AI 안전’도 새로 떠오르는 협력 분야다. 맥과이어 참사관은 “AI 개발과 배포를 위해서는 AI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필수적이며 이를 위한 국제 협력도 필요하다”며 “지난해 영국에서 열린 첫 ‘AI 안전 정상회의’에 이어 한국은 올해 ‘AI 서울 정상회의’를 개최하며 ‘국제AI안전연구소 네트워크(INASI)’를 출범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보다 안전하고 혁신적인 AI 발전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맥과이어 참사관은 영국의 AI 강국 비결이자 한국에 주어진 과제로 산업 생태계와 인재풀 확대를 꼽았다. 딥마인드처럼 AI 산업을 이끌 글로벌 기업들이 있어야 하고 이는 옥스퍼드대 같은 글로벌 대학을 통한 인재 확보를 통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영국은 첨단기술 분야의 (기업) 시가총액은 1조 1000억 달러(1600조 원) 이상이며 독일·프랑스·스웨덴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비상장사)을 보유하고 있다”며 “가장 핵심적 요인은 우수한 과학기술 인재인데 영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을 보유하고 있어 기업들이 우수한 인재를 쉽게 공급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맥과이어 참사관은 인적자원 교류와 관련해 ‘글로벌 탤런트’ 같은 특별 비자 제도를 통한 해외 인재 영입과 규제 완화를 강조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올해 국제 공동 연구 투자를 지난해의 3배로 늘린 것은 정말 반가운 일”이라며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나라는 없으며 신기술에 따른 기회를 실현하려면 국제 협력이 필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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