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하반기께부터 국내에서 판매되는 즉석밥과 냉동밥에 수입쌀 및 정부 공공 비축미를 사용할 수 없도록 막는다. 당해에 추수한 쌀을 쓰게 해 쌀 소비를 늘린다는 계획이지만 원가가 2~4배 비싸져 쌀 가공식품의 가격만 오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내년 감축 목표로 내세운 쌀 재배 면적 8만 ㏊ 축소도 사실상 달성이 어려운 목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12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쌀 산업 구조 개혁 대책’을 발표했다. 1인당 쌀 소비량이 2018년 61㎏에서 지난해 56.4㎏으로 7.5% 급감한 반면 쌀 재배 면적은 같은 기간 73만 8000㏊에서 70만 8000㏊로 4.1% 감소하는 데 그치면서 쌀 산업이 구조적 과잉 상태에 놓였기 때문이다.
정부는 먼저 내년에 쌀 재배 면적 조정제를 실시하고 여의도 면적의 276배, 올해 벼 재배 면적의 11.5%에 달하는 8만 ㏊를 줄이기로 했다. 각 시도에서 자체 감축 계획을 수립하면 정부가 농가별 조정 면적 통지서를 발송하고 그 이행 상황을 점검하는 식이다. 정부는 감축을 독려하기 위해 밀·콩 등 전략작물 지급 면적과 단가를 확대하고 지급 대상 작물에 깨를 신규로 추가하기로 했다. 감축 목표를 초과 달성한 농가에는 기본 직불금 지급 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부의 목표가 현실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올해 벼 재배 면적 감축 사업을 실시했음에도 통계청 조사 결과 올해 벼 재배 면적은 1만 298㏊ 줄어드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김한호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정부의 의지 표현 정도로 보고 있다”며 “쌀 재배 조건이 (다른 작물보다) 워낙 유리한 데다 야당에서 쌀 가격을 보장해주는 양곡관리법 개정안도 추진하고 있어 감축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가 수입쌀과 공공 비축미 등 정부 양곡의 사용 용도를 제한하기로 하면서 내년 하반기 국내 즉석밥·냉동밥의 가격 인상도 불가피해졌다. 민간 쌀을 사용하도록 하면 시장 내 쌀 소비량을 늘릴 수 있지만 민간 쌀 가격은 공공 비축미보다 약 2배, 수입쌀보다 약 4배 더 비싸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용도 제한 시 가격 인상 요인이 있는 것은 맞다”며 “다만 내년 하반기부터 단계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며 제품의 품질은 올라갈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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