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에서 판매하는 골드뱅킹 계좌의 잔액과 골드바 판매액의 규모가 부쩍 커졌다. ’12.3 계엄 사태’와 불안정한 탄핵 정국으로 은행에서 안전자산인 금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머니투데이에 따르면 골드뱅킹을 취급하는 시중은행 3곳(KB국민·신한·우리은행)의 지난 9일 기준 골드뱅킹 계좌 잔액은 7539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달 초 골드뱅킹 잔액(7448억 원)과 비교해 91억 원 늘었다. 지난 10월 말 7773억 원을 기록했던 골드뱅킹 잔액은 차익실현에 줄어들다가 이달 들어 증가 전환했다.
골드뱅킹이란 원화로 투자되는 은행 상품으로, 실물 인수 없이 금을 0.01g(그램)단위로 매입할 수 있다. 계좌에 넣은 돈으로 국제 금시세 및 달러 환율을 적용해 금으로 적립해주는 방식이다. 현 시세로 따지면 최소 약 1000원 수준이라 소액으로 금을 살 수 있다. 보통 금값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가 있거나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흐름일 때 잔액도 같이 느는 경향이 있다.
계엄 사태 이후 정세가 혼란스러워지면서 안전자산인 금을 찾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값이 이미 높은데도 불구하고 정치적 불안정과 금융시장 불확실성 때문에 차익실현보단 금을 매입하려는 동기가 더 강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금값은 연초 1그램당 8만 원대에서 최근 12만 원대까지 올랐다.
이들 은행의 골드뱅킹 잔액도 비상계엄 사태 이후 훌쩍 늘었다. 그전까지 7400억 원대를 머물던 골드뱅킹 잔액은 지난 4일 하루에만 84억 원 증가하면서 7500억 원대에 입성했다.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취급하는 골드바의 판매액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통상 5대 은행의 골드바 판매액은 평균 7억~8억 원 수준이다. 그러나 지난 4일 골드바 판매액은 15억 원을 넘겼다. 이후로도 10억 원 이상씩 판매되는 추세다.
아울러 불안정한 정국에 안전자산 선호 흐름으로 국내 금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금 추가 매입의 요인으로 거론된다. 지난 3일 1그램에 12만 원이었던 국내 금값은 4거래일 연속 오르면서 이날 12만3000원을 돌파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6년 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때도 국내 금값이 오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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