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중첩 규제로 기업유치에 발목이 잡힌 경기 고양시가 자족도시로의 도약을 위해 추진중인 경제자유구역 추가 지정 신청마저 접수 단계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주무부처인 산업자원통상부가 사업에 필요한 수십조 원에 달하는 자금 조달 근거와 농업진흥구역 해제 방안 등 보완을 요구하면서다. 시는 내년 상반기 재신청을 한다는 방침이지만 관련 부처를 설득할 이렇다 할 대안이 없어 고심에 빠졌다.
12일 고양시에 따르면 시는 장항·대화·송포 등 이른바 JDS지구 일대 1766만㎡(534만평) 규모 부지에 일자리 창출 및 자주재원 확충을 위한 경제자유구역(경자구역)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시는 드론·도심항공교통(UAM)과 마이스, 바이오, K컬쳐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을 유치해 베드타운 오명을 벗고 국가 미래 산업의 전초기지로 도약한다는 구상이다.
경자구역으로 지정되면 일정 기간 취득세와 재산세 전액을 감면하는 등 각종 세제 혜택과 공격적인 인센티브 지원이 가능해져 외국인 투자 기업 유치에 탄력을 받게 된다. 해외 기업의 투자수요가 경자구역 지정에 필수인 만큼 이동환 고양시장은 취임 직후 20여 차례에 걸쳐 해외 출장길에 올라 업무협약과 투자의향서(LOI)를 각각 65건과 86건을 유치했다.
다만 일산신도시(476만평) 보다 사업 부지가 넓다 보니 토지 보상비와 조성비 등 총 사업비 23조 원의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이 큰 실정이다. 현행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부담, 민간 자본 유치 방안 등 자금조달계획이 실현 가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게다가 사업 부지의 80%에 달하는 1386만㎡(420만평) 규모의 농업진흥구역(절대 농지) 해제를 위한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시는 민간개발 사업자를 공모해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한뒤 개발에 따른 32조 원의 기대 수익을 바탕으로 자금 대출을 받아 재원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정부가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해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푸트테크·수직스마트팜’ 산업을 핵심 전략으로 농림부를 설득한다는 계획이지만 이 마저도 세부 계획은 턱 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결국 산업부도 시가 제출한 지정 신청에 대해 보완을 요청했고, 시의회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손동숙 고양시의원은 “경자구역 성공 추진은 고양시민 모두 염원하는 사업인 만큼 미래 수익을 담보로 막대한 자금을 대출 받을 수 있다는 뜬구름 잡기 식으로 추진해서는 안된다”며 “정부를 설득할 합리적이고 타당한 사업 계획을 마련하거나 사업 부지를 축소하는 등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면적을 축소하고 외국 자본 유치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김황배 한국민간투자학회 회장은 “인천 경자구역은 인천항과 인천국제공항을 중심으로 한 물류·관광단지를 조성한다는 명확한 목적을 토대로 추진해 성공적으로 운영 중인 반면 고양시는 너무 다양한 산업군 유치에 목표를 두고 있다”며 “앵커산업이 될 중심 산업군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통해 면적을 줄이고 투자금 조달에 대한 근거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했다.
고양시 관계자는 “더 엄격해 진 경자구역 지정의 벽을 넘기 위해 면적 축소를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검토해 내년 하반기 경자구역 지정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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