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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후폭풍에 외교전선 흔들…尹 '간첩 언급' 韓中관계 찬물

계엄 전후 美 소통 실패에 '불쾌감' 표출

트럼프 출범 코앞인데…대응도 난망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사업도 어려워

한중 대사 부임 '안갯속', 신임장도 못줘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11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내란행위 관련 긴급현안질문'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계엄 사태 후폭풍으로 외교 전선이 흔들리고 있다. 리더십 공백에 계엄 전후로 미국과의 소통 실패, 윤석열 대통령의 ‘중국 간첩’ 언급까지 그간 쌓아온 외교 자산이 무너지는 위태로운 모습이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13일 국회 긴급 현안질의에 출석해 계엄 사태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한다. 지난 11일에 이어 두 번째다. 조 장관은 지난 8일에는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와 만났고, 11일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과 전화 통화를 했는데 모두 계엄 사태 수습이 주된 목적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은 칩거하고 외교 수장은 계엄 사태 뒷처리에 집중하면서 한국의 외교 대응에 문제가 생겼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미(對美) 외교는 이미 큰 홍역을 치렀다. 지난 3일 비상계엄을 발동하는 과정 전후 한국은 동맹 미국에 자세한 내용을 전하지 않는 실수를 저질렀다. 조 장관은 계엄 선포 직후 골드버그 대사의 전화를 받지 못한 이유로 “상황이 너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고, 잘못된 정세 판단과 상황 판단으로 해서 미국을 미스리드(mislead·잘못 이끌고)하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골드버그 대사가 계엄 당일 조 장관과 연락이 닿지 않아 ‘윤석열 정부 사람들하고 상종을 못 하겠다’는 취지로 본국에 보고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 대사관은 이 발언이 사실이 아니라며 이례적으로 밝혔지만, 미국의 심기를 건드린 것은 분명했다. 미국 국무부 2인자인 커트 캠벨 부장관은 "윤 대통령이 ‘심한 오판’을 했다고 비판했고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방한을 보류했다.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와 도상연습(4~5일 예정)도 개최 하루 전날 무기한 연기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연합뉴스




문제는 앞으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취임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신(新) 정부 기조에 한국의 국익을 최대한 반영할 중차대한 시기지만 뾰족한 해법이 안보이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정상 외교’를 통해 톱-다운(하향식) 방식의 의사결정에 익숙하다. 윤 대통령이 골프까지 배워가며 트럼프와 스킨십을 넓혀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지만 계엄 사태에 탄핵 국면으로 트럼프가 만날 한국의 정상이 모호해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이야기하며 김정은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그는 “김정은을 알고 매우 잘 지내며 그가 제대로 상대한 유일한 사람”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2기 한국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한국이 빠진 채 북미대화에서 북한의 핵 보유국 인정 같은 타협이 이뤄지는 것이다. 예측하기 어려운 트럼프 당선인과 소통이 간절한 상황이지만 우리의 ‘정상’이 부재한 상황이다.

일본과는 내년 국교정상화 60주년 행사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조 장관이 이와야 외무상과 전화 통하하며 협력을 약속했지만 각 부처를 비롯해 다양한 영역에서 적극적으로 한일협력이 이뤄져야 할 타이밍에 장관들의 거취가 제한적이다. 이미 여성가족부·국방부·행정안전부·법무부 등 4개 부처 장관이 사직했거나 탄핵으로 직무 정지 중이고 다른 장관들 다수가 계엄 관련 수사대상에 올라있다. 일본 역시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입지가 탄탄하지 못해 리더십을 바탕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기 어려운 여건이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 연합뉴스


중국과 관계는 서서히 회복 중이었지만 윤 대통령의 전날 담화가 찬물을 끼얹었다. 윤 대통령은 중국의 스파이를 언급하고 또 중국산 태양광이 한국의 산림을 훼손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한국 측의 발언에 대해 깊은 놀라움과 불만을 표한다”며 “내정 문제를 중국과 연관 지어 '중국 스파이'라는 근거 없는 문제를 부각하거나 정상적인 경제·무역 협력을 폄훼하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한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에 이롭지 않다”고도 했다.

더욱이 양국 차기 대사가 부임하기 전에 이 같은 외교적 충돌이 빚어진 점은 뼈아프다. 빠른 수습이 안되기 때문이다. 주중 대사는 김대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내정됐는데, 윤 대통령이 김 신임 대사에게 신임장을 주는 인사 절차가 이뤄질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렵다. 또 윤 대통령의 지위가 불안한 상황에서 대통령 비서실장 경력의 김 신임 대사의 무게감이 확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다이빙 신임 주한 중국대사 역시 신임장 제출을 할 대상이 모호해졌다. 한·중 양국은 내년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과 정상회담을 치를 계획이었는데 이마저 불투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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