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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 잘라내니 찾아온 식도암…‘다학제 협진’으로 최적 치료법 찾는다[메디컬 인사이드]

■경희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김동원 교수·소화기내과 김정욱 교수

식도암, 발생 빈도는 낮지만 상대적으로 경과는 좋지 않은 편

초기는 대부분 무증상…식도 좁아지면 음식물 섭취 어려워져

조기발견 땐 내시경 시술만으로 치료…수술 범위 크고 고난도

진행 시 선행 항암방사선치료로 암 크기 줄여 수술적 치료 시도

김동원(왼쪽) 경희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와 김정욱 소화기내과 교수가 식도암 환자의 영상검사 결과를 보며 치료 방침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 제공=경희대병원




“수술은 잘 되었고 지금부터가 정말 중요합니다. 식도를 통째로 들어낸 후로는 먹고 자는 법을 다시 배워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거든요.”

김정욱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식도암 수술을 마치고 중환자실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던 서경제(73·가명)씨에게 “달라진 식단과 식사 방법에 적응해 나가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신신당부했다.

식도는 인두에서 삼킨 음식물이 위장으로 넘어가는 통로다. 길이 24~33cm, 너비 2~3cm 정도의 관 같은 구조로 되어 있다. 연하운동 및 연동운동으로 음식물을 위장으로 내려보내는 게 식도의 주된 기능이다. 식도와 위 사이에는 괄약근이 있어 위로 내려간 음식물이 식도로 다시 역류하는 것을 막아준다. 식도암은 이 부위에 생길 수 있는 여러 가지 질환 중 가장 치명적인 질환이다.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한해 동안 2954명이 식도암으로 새롭게 진단을 받았다. 전체 암 발생의 1.1%를 차지해 한국인의 발생 빈도가 높은 암종은 아니다. 그러나 고형암 중에서도 전 세계 암 사망률 6위에 오를 정도로 경과가 좋지 않은 편이다. 2016~2020년 기준 식도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남녀를 합쳐 42.2%에 그쳤다. 식도암이 발생해도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아 조기 진단과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탓이다.

◇ 물조차 삼키기 어려운 고통…역류성 식도염으로 오해해 진단 늦어지기도


식도암이 점차 진행하면 식도의 내강이 좁아져 음식을 삼키기 힘들어진다. 처음에는 고기, 깍두기 같이 단단한 음식을 삼키기 어렵다가 죽, 미음은 커녕 물도 삼키기지 못하게 되면서 심한 체중감소와 영양실조가 나타난다. 암이 식도 내강을 거의 막으면 삼켰던 음식물이 다시 입으로 올라오기도 한다. 자칫 음식물이 기도로 들어가면 기침, 흡인성 폐렴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암이 성대 움직임을 지배하는 되돌이 후두신경을 침범하면 성대가 마비돼 목이 쉬고, 식도 바로 뒤의 척추를 침범하면 등쪽이 아프게 된다. 서 씨는 반년 넘게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체중이 7~8kg 가량 빠진 뒤에야 아들 내외의 손에 이끌려 병원을 찾았다가 식도암 의심 소견을 들었다.

김정욱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식도암 조기발견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경희대병원


내시경을 통한 조직검사 결과 식도암으로 진단되면 원발종양이 식도벽 또는 식도 주위의 구조물을 얼마나 많이 침범했는지, 국소 림프절 또는 멀리 떨어진 장기로 전이가 이뤄졌는지 등을 토대로 병기를 결정한다. 병기에 따라 암의 진행 경과는 물론 치료방침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암이 식도 점막에만 국한되고 국소 림프절이나 원격전이가 없는 1기는 내시경을 이용해 점막 부위의 병변만을 절제하는 내시경적 점막하 박리술(ESD·Endoscopic Submucosal Dissection)을 우선 고려한다. 전신 마취를 하지 않고 수술 상처가 남지 않아 환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훨씬 적다. 5년 생존율은 71.2%에 달한다.

문제는 서씨처럼 암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는 환자들이 많다는 점이다.

식도암 환자의 원발종양 침범 정도에 따른 병기 구분. 사진 제공=국가암정보센터




암이 식도 점막을 넘어 근육층이나 외막, 주위의 구조물까지 침범한 경우 흉부외과 전문의에 의한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암 병변을 절제한 후 남아 있는 식도를 위‧대장에 연결해야 하기 때문에 가슴과 복부를 열고 이뤄지는 광범위한 수술이다. 수술 시간이 길 뿐만 아니라 합병증 위험이 커 흉부외과에서도 고난도 수술로 꼽힌다. 서씨는 내원 당시 시행한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CT) 검사에서 손가락 만한 혹이 자라 있었다. 수술을 집도한 김동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통상 식도암 발생 부위에 따라 수술 접근 부위를 결정하는데 (서씨의 경우) 종양이 기관지까지 침범한 상태였다”며 “대장암 수술력이 있어 식도를 잘라낸 후 대용 장기를 선택하는 데도 고민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 소화기내과·흉부외과 등 여러 진료과 참여 ‘다학제 통합진료’ 시스템 가동


낙담하던 서씨와 가족들이 희망을 찾게 된 계기는 ‘다학제 통합진료’였다. 다학제 통합진료는 암환자의 진단 및 치료에 관련된 전문의 3~9명이 팀을 이루고 유기적으로 협의해 최선의 치료 방법을 찾아내는 시스템이다. 소화기내과, 심장흉부외과, 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핵의학과, 영상의학과 교수진이 암환자 및 보호자와 한 자리에서 만나 치료 방향을 제시하고 최종 선택권을 부여한다.

위장을 흉강내로 끌어 올린 후 식도를 절제하고 식도-위 문합술을 시행하는 수술의 모식도. 사진 제공=국가암정보센터


이날 모인 의료진들은 선행적인 항암방사선치료로 암의 크기를 줄인 다음 수술을 시도하자는 의견을 냈다. 김동원 교수는 최상부 식도암인 인두부 근처에 종양이 생겨 ‘수술 불가’ 판정을 받았던 환자 사례를 들며 “항암방사선 치료 후 수술을 받고 식사는 물론 일상생활을 잘 하고 계시는 분들이 많다”고 설득했다. 치료 의지를 잃고 망연자실하던 서씨는 그제서야 “선생님만 믿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치료 방침이 결정됐고 항암방사선치료 후 시행한 PET-CT에서 암 크기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을 확인하자 일사천리로 수술이 진행됐다.

김동원 경희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가 식도암 치료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경희대병원


최근에는 식도암 치료에서도 흉강경 또는 복강경을 이용해 절개 부위를 최소화하는 최소 침습 수술이 적극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김동원 교수는 “복강경은 약 1cm 크기의 수술상처 4~5개, 흉강경은 양쪽에 2개를 내고 한 뼘 정도의 절개창을 만들어 수술한다”며 “통증이 적고 회복이 빠른 데다 결과도 좋아 환자들의 선호도가 높다”고 말했다. 내시경 치료는 식도암이 많이 진행되지 않은 초기에만 가능하므로 정기검진을 통한 조기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흡연과 음주횟수가 많을수록 식도암 위험이 치솟기 때문에 금주, 금연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치 않다. 김정욱 교수는 “식도암은 60~70대 남성에서 발생률이 높다”며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무심히 지나치지 말고 내시경 검사를 받아보길 권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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