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2기발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외교’ 구상이 본격화하면서 탄핵 정국에 빠진 한국이 국제적 고립 상태에 놓일 것이라는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1순위 외교 어젠다인 ‘우크라이나 종전’은 북한과 연계된 문제인데 취임 초 전격적인 북미 협상이 진행될 경우 한국이 주요 논의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미국 내 외교 전문가 사이에서는 현 상황이 한미 동맹에 유지에 있어 “최악의 시나리오”라는 진단이 나온다.
트럼프는 12일(현지 시간) 공개된 시사 주간지 ‘타임’ 인터뷰에서 북한의 개입이 우크라이나 종전을 매우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나는 김정은을 잘 안다. 나는 그가 제대로 상대한 유일한 사람”이라고 친분을 과시했다. 우크라이나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가 북한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의 종전 구상이 구체화하는 신호로 읽힌다. 특히 그가 김정은과의 관계를 부각한 것은 취임 후 우리나라가 배제된 상태에서 북미 정상 간의 톱다운 협상이 벌어질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내에서는 트럼프 2기 출범과 맞물려 한국에 정치적 혼란이 벌어진 것이 동맹에 위험신호라는 경고음이 끊이지 않는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방위비 등에 불만이 높은 트럼프 정부 출범에 맞물려 발생한 한국의 정치적 마비 상황은 북한과 중국을 견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한미 동맹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미국과의 외교에서 한국을 취약한 입장에 놓이게 하고 외교·무역 정책에 신속히 대응하는 능력도 손상시킬 수 있다”고 짚었다.
특히 정상 외교를 선호하는 트럼프의 스타일과 취임 초 몰아닥칠 행정명령 후폭풍을 고려하면 한국의 리더십 부재는 회복할 수 없는 국가적 손실을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는 “트럼프의 첫 100일이 아닌 첫 100시간에 주한미군·관세 등 한국에 영향을 미칠 수많은 일이 나올 것”이라면서 “(전 세계) 모두가 마러라고나 백악관에 가서 개별 협상을 시도하고 있는데 한국에는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최근 들어 회복 중이던 중국과의 관계마저 윤석열 대통령의 중국 스파이 발언 등으로 냉각됐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한국 측의 발언에 대해 깊은 놀라움과 불만을 표한다”며 “중한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에 이롭지 않다”고 꼬집었다. 양국은 내년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과 정상회담을 치를 계획이었는데 이마저 불투명해졌다는 지적이다.
반면 일본은 발 빠르게 트럼프 측과의 관계를 다지며 한국과는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나가시마 아키히사 안보 담당 총리 보좌관은 11월 20~24일 워싱턴을 방문해 트럼프 정부와의 파이프라인 구축을 위한 사전 작업에 나섰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주일대사를 지낸 빌 해거티 상원의원을 포함해 20여 명과 면담을 진행한 것은 물론 관세 문제에 대해서도 다양한 논의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와 각별한 관계를 다졌던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부인인 아베 아키에 여사도 이달 15일 트럼프의 초청으로 미국을 찾아 트럼프 부부와 만찬을 갖는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도 나서는 모양새다. 트럼프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중국과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며 코로나 팬데믹 당시 양국 관계 단절이 잘못됐다고 언급했다. 최근 트럼프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취임식에 초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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