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걷히자 국내 증시가 어떤 흐름을 보일 지가 초미의 관심이다. 전문가들은 경제 펀더멘털이 본질적으로 안 좋은 상황에서 계엄 사태가 우리 증시에 쐐기를 박은 만큼 이번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으로 바닥을 지지하는 효과는 가능할 것으로 봤다. 다만 증시 상승 동력이 미약하고 트럼프 2기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원·달러 환율이 여전히 불안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의 금리 인하 등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에 촉각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 지수는 12.34포인트(0.50%) 오른 2494.46에 장을 마쳤다. 탄핵 정국 장기화에 대한 우려로 지난 9일 2360선까지 후퇴하며 연중 최저점을 기록했지만 4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전(12월 3일 종가, 2500.10)과 비슷한 수준을 회복했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을 기점으로 국내 증시가 반등한 만큼 이번에도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요동치던 시장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코스닥 지수도 전장 대비 1.52% 오른 693.73포인트에 마감하며 나흘 연속 강세를 보였다.
계엄 사태 이후 기관 투자자들이 증시를 방어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 투자가들은 선물 시장에서 수급에 힘을 보태고 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9085억 원을 순매도했지만 코스피200 선물 2조 38억 원을 사들여 선·현물 합산 1조 953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여기에 12월 선물옵션 동시 만기에 따른 자금 유입 등 계절적 요인까지 더해져 안정적인 수급 흐름을 기대해 볼만한 상황이다.
주목할 점은 미국, 중국, 일본 등 글로벌 주요 국가의 통화정책 발표가 조만간 예정돼 있어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있는 대목이다. 먼저 미국의 경우 최근 발표한 11월 주요 물가지수가 모두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면서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 역시 미중 무역 갈등 국면에서 경기 부양을 위해 유동성 확대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일본이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든다면 ‘엔케리 트레이트(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다른 자산에 투자)’ 청산 우려가 다시금 존재감을 키울 수도 있다.
이번 탄핵 의결로 정치적 불확실성은 완화됐지만 고환율은 불안 요소다. 박석현 우리은행 연구원은 “한국과 미국의 경제 펀더멘털(기초 체력) 차이로 인한 원화 약세 요인이 여전하다”며 “여기에 일본의 금리 인상 지연으로 인한 엔화 약세, 중국의 위안화 약세 선호로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환율 기조가 계속된다면 내수 경기 및 주식 시장 투자심리 회복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선엽 신한투자증권 이사는 “이번 탄핵 의결로 외국인이 돌아오길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탄핵 전에도 우리 시장 환경이 좋지 않았다는 점에서 탄핵 가결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으로 보는 게 맞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현재 미 FOMC가 부담되는 게 사실인데 점도표가 금리가 덜 내리는 쪽으로 가게 되면 내년 1월 트럼프 취임을 기점으로 미국으로 쏠렸던 자금들이 신흥국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