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계엄령 선포 여파로 급격히 커진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14일 탄핵소추안의 국회 통과로 잦아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아직 시장은 큰 변화없이 ‘정중동’의 행보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BNP파리바는 이날 투표 전 “탄핵이 통과되면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고 짚었다. 블룸버그 역시 “탄핵소추안의 통과로 시장 불확실성이 줄어들었고, 이제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는 기간으로 접어들었다”고 논평했다.
아직 시장은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날 블룸버그는 “정치적 격변에도 불구하고 국고채 시장의 반응은 잠잠했다”며 “3년 만기 수익률은 2.5~2.6% 범위 내에서 머무르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국의 국고채 수익률은 이번 계엄령 사태로 불확실성이 급격히 늘어나기 전부터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기에 과거 탄핵소추안이 한국의 정치를 흔들었던 2004년, 2016년과 비교해 하락 폭은 오히려 적을 것이라고 짚었다.
뉴욕타임스(NYT)도 이날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언으로 크게 휘청였던 한국 금융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관측했다. 코스피는 금융 당국이 ‘무제한 유동성’을 약속하면서 계엄령 당시의 하락 폭을 대부분 회복했지만 원화 환율은 달러 대비 여전히 크게 약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한국 원은 올 들어 미국 달러 대비 10% 이상 하락해 아시아 통화 가운데 최악의 성적을 거뒀다. NYT는 “많은 분석가들은 탄핵을 하나의 단계로 삼아 정치적 혼란이 해결된다면 금융상황은 결국 안정될 것이라고 말한다”며 “이런 견해는 월요일 시장이 재개될 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 안심은 이르다는 견해도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여전히 산적해 있어서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의 권효성 경제학자는 “탄핵 투표가 통과됨에 따라 한국의 정책 결정에서 리더십 공백에 대한 우려가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이 끝난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 핵심 질문은 대통령 권한대행인 한덕수 국무총리가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기다리는 동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및 외교정책으로 인한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갈라진 한국의 정치 지형을 효과적으로 헤쳐나갈 수 있을 지 여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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