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이 15일 윤석열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통보했지만 윤 대통령은 나오지 않았다. 검찰은 2차 소환 통보를 할 방침이지만 윤 대통령이 소환 요구에 계속 불응하면 강제수사를 통해 신병 확보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비상계엄 수사에 본격 돌입한 후 군과 경찰 고위 관계자들을 구속하고 참고인 조사도 빨라지면서 약 1주일 만에 윤 대통령 소환 통보에까지 이른 셈이다. 이날 경찰은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군인 1500여 명이 투입된 사실도 새로 공개하는 등 비상계엄 실체가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양상이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 관계자는 이날 “윤 대통령에게 오늘 오전 10시 출석을 통보했지만 출석하지 않았다”며 “대통령실이 이 같은 공문을 확인했고 이르면 16일 다시 소환 통보를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계속 소환에 응하지 않으면 체포할 것인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 관계자는 “현재 (체포 여부는) 단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소환 통보는 공문 형식으로 보냈고 우선 대통령실에서는 확인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덧붙였다.
특수본이 윤 대통령에 대한 소환 통보를 한 것은 비상계엄 관련 피의자 수사가 어느 정도 일단락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수본 관계자는 “조사가 상당 부분 이뤄졌고 사령관 3명 등 주요 피의자 신병이 확보되면서 (윤 대통령에 대한 소환 통보도) 이뤄지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검찰은 윤 대통령에 대한 소환 통보서에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형법 제87조 1항은 내란 우두머리에 대해 사형·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이날 검찰에 나오지 않은 윤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와 검경을 상대로 치열한 법리 다툼을 벌일 것으로 관측된다.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윤 대통령은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만큼 검경 수사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의 변호인단 대표로는 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거론된다.
계엄에 관여한 군경 고위 인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등 신병 확보는 막바지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 특수본은 이날 중앙지역군사법원에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전 계엄사령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707특수임무단 등 특수부대를 국회에 투입한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의 구속영장도 중앙지역군사법원에 청구했다. 곽 사령관은 내란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다. 곽 사령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 실질 심사)은 16일 오전 10시께 열린다. 특수본은 이날 오후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에 대한 구속영장도 청구했다. 이 사령관은 13일 체포 영장을 발부받아 체포했고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여인형 방첩사령관 등이 구속 상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계엄 당시 국회 출입을 통제한 혐의를 받는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은 이미 구속됐다.
이번 사태에 군인 1500여 명이 투입됐다는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이날 비상계엄과 관련해 국방부·육군본부·수도방위사령부·특수전사령부·방첩사령부·정보사령부 소속 군인 1500여 명이 동원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국수본은 현재까지 확인된 인원만 1500여 명이며 추가 수사를 진행하면 인원이 늘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더구나 1500여 명 중에는 일반 사병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수본은 현재까지 박 전 계엄사령관 등 43명의 현역 군인을 조사했다. 이날 국수본은 문상호 국군정보사령관과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을 내란 등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문 사령관은 계엄 선포 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병력 투입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노 전 사령관은 포고령 초안 작성 등 계엄 준비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국수본은 고위공직자수사처와 국방부 조사본부(국조본)와 함께 공조수사본부(공조본)를 꾸려 군 관련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수본 관계자는 “국조본의 경우 현재 군인 피의자들을 상당수 조사했고 국수본과 자료를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경은 윤 대통령에 대한 강제수사 전에 국무위원 조사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우선 이번 주에는 비상계엄 선포 전후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 소환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 특수본은 박성재 법무부 장관 등 당시 국무회의에 참석한 위원들의 소환 시점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은 참고인 신분이지만 조사 후 피고인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무위원 중 처음으로 12일 검찰 조사를 받은 바 있다.
경찰청 국수본 특수단도 박 장관과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는 등 ‘윗선’인 윤 대통령을 정조준하고 있다. 국수본은 11일 대통령실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고 강제수사를 시도했지만 불발되고 임의 제출 형식으로 일부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하고 있다.
공수처 역시 합동참모본부 계엄과장을 참고인으로 소환하며 수사 당국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윤 대통령 신병 확보를 어느 기관이 먼저 시도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국수본과 공수처 측은 “공수처가 수사하고 있는 건에 대해서는 체포 및 구속영장 청구가 가능하기 때문에 국수본이 사건을 공수처 쪽에 이첩하는 방식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긴밀한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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