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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탄핵에 힘 잃는 尹정부 4대 개혁… "정권 안 타는 정책과제, 계속 논의를"

[몰아치는 탄핵 소용돌이]

의료·연금·노동·교육개혁 동력 상실

완전 좌초 땐 큰 사회적 비용 치러야

차기정부 넘어가도 불씨 유지 필요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돼 직무가 정지되면서 정부가 추진해온 의료·연금·노동 등 이른바 4대 개혁의 운명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직무를 이어받았지만 추진 동력이 급격히 떨어질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4대 개혁은 정권과는 무관한 구조개혁 과제로 기본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만큼 정국 불확실성에도 불씨를 이어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탄핵 등 정국 불확실성을 이유로 구조 개혁을 미룬다면 그만큼 사회적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5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의료 개혁 추진을 위해 4월 출범한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산하 4개 전문위원회 논의가 줄줄이 미뤄졌다. 정국이 혼란해진 데다 계엄 포고령에 담긴 ‘미복귀 전공의 처단’ 문구에 반발한 의료계가 잇따라 특위 참여 중단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의개특위는 8월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등을 담은 1차 실행 방안을 내놓은 데 이어 연말에는 비급여·실손보험 개선 방안 등을 포함한 2차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불투명해졌다. 의료계는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의료 개혁과 의대 정원 증원 문제를 원점에서 재논의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연금 개혁은 이미 계엄과 탄핵 사태 이전에도 지지부진했다. 정부가 9월 보험료율 인상(9%→13%)과 자동조정장치 도입 등을 담은 단일 개혁안을 제시했지만 공을 넘겨받은 국회에서는 논의 형식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연금 개혁은 법 개정 사안이라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 탄핵 정국에서 논의가 첫발을 뗄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다.



노사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노동 개혁 역시 난제 중의 난제다. 양대 노총 중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다가 계엄 사태 후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사회적 대화가 멈추면서 연내 수립이 목표였던 ‘계속고용 로드맵’도 미래를 알 수 없게 됐다. 만일 어렵게 로드맵이 마련돼도 여러 법 개정이 필요한 점도 문제다. 국회가 탄핵 정국을 수습하는 데 집중하면서 다양한 이해관계자 의견을 합치시켜야 하는 만큼 손대지 못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4대 개혁의 경우 정권과 무관한 구조 개혁 과제인 데다 시급한 필요성이나 기본 방향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있는 만큼 정국 상황과 무관하게 추진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석재은 한림대 교수는 “연금 개혁은 개혁의 시간이 늦어질수록 개혁으로 져야 하는 부담 자체가 커지기 때문에 더 늦춰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신현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의료 개혁은 이른바 정부를 타는 정책이 아닌 만큼 정부안이 만들어지면 차후 의사 결정 체계를 새롭게 정비해서라도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경사노위 관계자는 “계속고용 등 중요한 현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수 있는지 국민적인 기대가 큰 상황”이라며 “우리 경제와 노동시장의 엄중함을 볼 때 사회적 대화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중단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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