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통화량이 10월에만 40조 원 가까이 늘며 17개월 연속 증가세를 나타냈다. 은행의 예금 유치 노력 등에 따른 현상으로 풀이되는데 투자 대기성 자금이 증시 등 위험자산에 유입될 가능성은 유보적으로 평가된다.
한국은행이 16일 발표한 ‘10월 통화 및 유동성 동향’에 따르면 10월 광의 통화량(M2·평균 잔액)은 전월보다 1%(39조 7000억 원) 늘어난 4110조 4000억 원을 기록했다. M2는 현금, 요구불예금, 수시입출금식 예금 등 협의 통화량(M1) 외에 머니마켓펀드(MMF), 2년 미만의 정기 예·적금, 수익증권, 양도성 예금증서(CD) 등이 포함된 개념이다.
좁은 의미의 통화량인 M1은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등을 중심으로 전월보다 0.7%(8조 9000억 원) 증가한 1233조 5000억 원을 나타냈다. M2는 수익증권(9조 3000억 원), MMF(7조 2000억 원), 정기 예적금(5조 9000억 원) 등이 두루 늘며 39조 원 이상 증가했다. 반면 기타 통화성 상품(-9000억 원)은 감소세를 나타냈다. 경제 주체별로는 기타금융기관(21조 7000억 원), 기업(7조 3000억 원), 비영리단체(5조 7000억 원) 등 두루 증가세를 보였다.
국내 통화량은 은행의 예금 유치 노력과 법인자금의 재유입 등으로 대폭 늘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한은 관계자는 “대규모 정기예금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은행들이 선제적 예금 유치 노력을 기울였다”며 “또 분기 말 재무비율 관리를 위해 유출된 법인자금이 재유입됨에 따라 MMF와 금전신탁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통화량은 1년 5개월째 증가 추세를 나타내고 있는데 이 같은 유동성이 향후 부동산이나 증시 등에 유입될 가능성은 유보적으로 분석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지, 탄핵 정국 등 정치 리스크가 불거지며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은은 최근 비상계엄 이후 금융·경제 영향 평가와 관련 “향후 정치 상황의 전개과정에서 금융·외환시장의 높은 변동성이 지속하거나 경제 심리 위축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실제 코스피 지수는 횡보세를 이어가고 있고, 수도권 주간 아파트값이 7개월 만에 상승세를 멈추는 등 투자심리 위축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국내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M2가 증가세를 보여도 단기보유 상품 또는 예·적금에 쏠린 현상이 두드러진다”며 “위험 자산으로의 자금 이동이 이뤄질지는 국내 정치가 얼마나 빨리 안정세를 보일 지에 달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