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내국인과 국내 거주 외국인 등의 외화예금이 원화 약세 여파로 2개월 연속 줄었다. 원·엔 환율의 상승으로 엔화 투자자들이 차익 매도에 나서며 엔화 예금은 4억 달러 넘게 감소했다.
한국은행이 16일 발표한 ‘거주자 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 외국환은행의 거주자 외화예금 잔액은 984억 3000만 달러로 전월보다 5억 4000만 달러 줄었다. 거주자 외화예금은 내국인과 국내 기업, 국내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국내 진출 외국 기업 등의 국내 외화예금을 뜻한다.
통화 종류별로는 미국 달러화(826억 3000만 달러) 예금이 1억 1000만 달러 줄었다. 이는 원·달러 환율 상승 여파 때문으로 풀이된다. 원·달러 환율은 10월 말 1380원대 수준에서 지난달 말 1390원대로 상승했다. 엔화 예금(93억 7000만 달러)은 한 달 새 4억 3000만 달러 감소했다. 엔화 투자에 나선 개인과 비금융기업의 현물환 매도 증가의 영향이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100엔당 원화 환율은 지난 10월 초 902원 수준에서 지난달 말 920원대까지 올랐다. 유로화(41억 4000만 달러)와 위안화(10억 3000만 달러)는 각각 4000만 달러, 3000만 달러 감소했다.
주체별로는 기업예금과 개인예금이 각각 3억 3000만 달러, 2억 1000만 달러 줄었다. 기업의 거주자 외화예금 잔액은 지난 2022년 말 961억 달러에서 2023년 말 882억 6000만 달러로 줄어든 뒤 지난달 839억 5000만 달러로 감소 추이를 보였다.
은행별로 보면 국내 은행은 28억 6000만 달러 감소했으나, 외은 지점은 23억 2000만 달러 늘었다. 국내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거주자 외화예금 잔액은 838억 3000만 달러로 지난해 말(917억 6000만 달러)보다 줄었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달 원·달러 환율 상승 등으로 비금융기업과 개인의 현물환 매도가 증가하며 달러화 예금이 소폭 감소했다”며 “엔화 예금은 원·엔 환율 상승 등에 따른 비금융기업과 개인의 현물환 매도 증가로 4억 달러 이상 줄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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