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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구·문구·잡화몰 등 급매물 쏟아져…재고용품 매입 의뢰 문의도 4배 급증[몰아치는 탄핵 소용돌이]

[쇼핑몰 폐업 사상최다]

소비자들 대형 플랫폼 선호 뚜렷

14%는 1년도 못버티고 문 닫아

중형몰까지 경영난에 잇단 폐업

수천만원에 회원 수만명社 양도도





진입 장벽이 낮아 소상공인들의 창업 1순위로 꼽히던 쇼핑몰이 올해 역대 최다 폐업을 기록한 것은 내수 경기가 얼마나 위축됐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올해 개업했다가 1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문 닫은 쇼핑몰만 1만 곳이 넘고 전체 폐업 쇼핑몰 수만 8만 개에 육박한다.

16일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데이터에 따르면 올 들어 11월까지 통신판매업체 인허가를 받은 22만 9803곳 중 1만 1514곳이 폐업 처리됐다. 올해 폐업한 쇼핑몰 7만 9696개 중 14%(1만 1514곳)가 개업 1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쓰러진 것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경기 불황과 티메프 사태 등의 영향으로 소비자들이 e커머스 업계에서 큰 플랫폼을 선호하는 현상이 점차 뚜렷해지면서 소규모 쇼핑몰의 폐업이 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계엄 선포 및 해제, 대통령 탄핵 사태를 겪으면서 연말 소비심리가 악화해 올해 남은 기간 폐업 건수가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말 연초 폐업 건수가 늘어난다는 점과 계엄 사태로 소비심리까지 위축된 점을 고려하면 올해 남은 기간 온라인 쇼핑몰 폐업 건수는 더 큰 폭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현장에서는 이미 폐업 증가가 피부로 느껴진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폐업 재고를 취급하는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세제 등 생활 필수품을 제외한 잡화·완구·문구용품 등이 매물로 많이 나오고 있다. 재고 상품 등을 매입해 유통하는 1253컴퍼니의 장희원 대표는 “폐업에 따른 재고 용품 매입을 의뢰하는 문의가 최근 약 4배 정도 늘었다”면서 “거의 버리다시피 팔던 물건을 넘기려고 의뢰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최근 소비심리가 최악이다 보니 폐업을 하는 사람들이 훌쩍 늘어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짙어지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되자 인플루언서를 활용해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마케팅 효과도 크게 떨어졌다. 한 e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패션이나 유아용품을 인플루언서의 라이브방송을 통해 판매해 왔지만 최근 유튜브 사용자의 관심이 정치·사회 쪽으로 쏠리면서 들어간 마케팅 비용만큼 효과가 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최근 국내 최대 쇼핑몰 거래 사이트 중 하나인 사이트프라이스에도 쇼핑몰을 정리하거나 팔려고 하는 ‘급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그중 가장 많은 비중은 소규모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는 여성의류 판매 쇼핑몰이다.

실제로 사이트프라이스에는 ‘스트리트 여성의류 쇼핑몰. 지그재그·에이블리 입점. 월 매출 6000만 원. 양도가 2억 3000만 원’ 등 정보가 적힌 쇼핑몰이 매물로 올라와 있었다. 이들 다수는 업계 1~2위권인 커머스 플랫폼에 올라타고 있거나 가입 회원 수가 수만 명에 달했지만 수천만 원이면 양도받을 수 있다. 이 사이트에서는 12월 현재 기준 쇼핑몰 거래 총액이 873억 원에 달하고 매물로 등록된 쇼핑몰은 1만 6488개로 이 중 1만 4341개가 팔렸다. 쇼핑몰 당 평균 판매가는 3337만 원이다.

특히 올해는 소규모 쇼핑몰뿐만 아니라 중형 쇼핑몰도 갑작스러운 폐업이 줄지어 나왔다. 2016년 창업한 인테리어 오픈마켓 알렛츠는 8월 “부득이한 경영상 사정으로 31일자로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공지한 뒤 전 직원 45명이 퇴사했다. 6월 기준 월 방문자 수만 36만 명에 달하고 2023년 매출 150억 원을 기록했지만 그해 기준 미지급금만 267억 원에 달했다. 투자유치에 실패한데다 티메프 사태의 불똥이 튀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특히 알렛츠는 입점업체 정산에 대해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아 경찰이 박성혜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소환 조사했다.

9월에는 디자인 문구와 생활용품 쇼핑몰인 1300K와 계열사인 1200M이 운영을 접었다. 2002년 국내 최고 디자인 상품 전문 쇼핑몰로 출발했지만 2015년 이후 지속적인 적자에 시달리던 와중에 티메프 사태로 모회사인 NHN이 큐텐 지분을 갖고 있었다가 휴지조각이 되며 유탄을 맞았다.

대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동원 F&B가 지난해 6월 문을 연 건강기능식품 전문몰인 웰프는 1년 여 만에 운영을 접었다. 동원 F&B는 2003년부터 건기식 사업을 시작했지만 e커머스에서는 여전히 자리 잡지 못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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