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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게임' 민감한 트럼프… 외교 진공상태에 민간 의존도 커진다

트럼프2기 출범으로 불확실성 커졌는데

외교 수장 공백에 목소리 작아져

이재용 등 총수들 민간외교만 바라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월 서울 신라호텔에서 리창 중국 총리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제공= 삼성전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 여파로 우리나라 외교통상 분야가 진공 상태에 빠져들면서 민간기업의 역할이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대기업 총수 등 기업인들이 쌓아온 글로벌 인맥이 외교 공백 상황을 타개할 무기로 작동할 수 있다는 관가와 정치권의 기대감 때문이다. 반면 재계 일각에서는 국내외 경영 환경이 극도로 불확실한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이 자칫 부산엑스포 유치전처럼 엉뚱한 곳에 힘을 쏟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민간 인맥이 주목받고 있다.

경제 부처의 한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는 태생적으로 ‘파워 게임’에 민감한 인물이어서 탄핵 국면 속에서는 정부의 어떤 관료도 그의 흥미를 이끌어내기 힘들다”며 “트럼프와 인연을 쌓아온 기업인들이 당분간 시간을 벌어주기를 기대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공언한 각종 기업 보조금 취소 등의 문제를 기업이 직접 소통하면서 풀어가야 할 판이라는 의미다.

사진 설명


재계의 한 관계자는 “트럼프 1기 때는 그와 직접 소통하는 인맥을 거의 찾기가 힘들 정도였지만 현재는 상당한 라인이 구축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들 대부분이 트럼프 1기 때부터 미국 투자를 지렛대로 다양한 네트워크를 구축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외부에 공식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물밑 신뢰 관계가 상당히 형성돼 있다는 얘기다.



재계는 이미 트럼프 당선에 앞서 워싱턴DC 대관 조직에 트럼프 1기 인사들을 전진 배치하는 등 다양한 포석을 놓아둔 상태다. 성 김 전 주한 미국대사를 대외협력사장으로 임명한 현대자동차그룹과 1기 백악관 부비서실장을 워싱턴사무소장으로 임명한 LG그룹이 대표적인 사례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미국통으로 잘 알려져 있다. 류 회장은 석 달 중 한 달은 미국에서 머무른다고 할 정도로 미국 인맥이 풍부하다. 미국 행정부의 거물로 통했던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을 7월 한국으로 초청해 미국 대선 전망에 대한 강연을 진행할 정도다. 류 회장은 트럼프 측근들과도 개인적 친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도 트럼프의 지인이자 자문역 역할을 했던 에드윈 퓰너 미 헤리티지재단 창립자와 수십 년 이상 교류해왔다. 김 회장은 2017년 트럼프 1기 취임식 때 초청장을 받았지만 건강 문제로 참석하지 못했고 이번에는 참석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에 직접 협력을 요청한 조선업 수리(MRO) 사업에서도 한화오션이 핵심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릴 정도로 상당한 친분을 갖고 있다. 트럼프 주니어는 이번 대선에서 ‘킹 메이커’ 역할을 했으며 2기 행정부 내에서 상당한 중책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외 다른 국가와 관계에서도 재계 총수들이 막중한 역할을 맡을 수 있다. 국내 한 대기업의 대관 담당 임원은 “문재인 정부 당시 일본과 소재·부품·장비 갈등이 발생하자 이재용 회장이 직접 일본을 오가면서 물밑에서 해결사 역할을 했다”며 “특히 당장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기업들은 자신들이 직접 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특히 미국 등 서구는 물론이고 리창 중국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등과 밀접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어 최고 수준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태원 회장도 내년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의 의장 자리에 오르는 등 국제 무대에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이 서밋은 APEC 회의의 부대 행사로 전 세계 CEO들이 모여 혁신 성장 방안 등을 논의하는 자리다.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서 1등 플레이어로 올라서면서 주요 국가들의 투자 러브콜을 받고 있다는 게 재계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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