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협동조합이 업계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역량을 강화하고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는 첨병으로 거듭나고 있다. 그동안 네트워크 강화 정도의 역할을 했던 중기협동조합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주인공들은 정부로부터 인건비를 지원받아 채용한 전문인력들이다. 업계는 중기협동조합이 업종의 ‘미래전략실’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지원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16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한국다이캐스트공업협동조합은 ‘글로벌 2050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 중기중앙회의 혁신형 공동사업인 다이캐스팅 산업 온실가스 배출목록(인벤토리) 시스템 구축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다이캐스트조합은 현재 클라우드식으로 개발 중인 이 시스템을 내년 회원사들과 업계에 개방할 계획이다.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탄소배출량을 효과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저탄소 방안 수립과 고객 대응역량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조합의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다이캐스트조합은 다이캐스팅뿌리산업 인력양성용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 360도 가상현실(VR) 디지털교육자료로 전문직무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다이캐스트조합이 이처럼 업종의 선제적 변화를 유도하고 미래 대응 역량을 강화하는 미전실로 변화할 수 있었던 데는 협동조합 전문인력 지원사업을 통해 채용한 한요섭(65) 자문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재료공학 박사 출신으로 국내 대기업 등에서 기술고문과 연구소장을 지내기도 했던 한 자문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12월 현재까지 다이캐스트조합에서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중기중앙회가 운영하는 협동조합 전문인력 지원사업은 협동조합의 공동사업 활성화 및 경쟁력 제고를 위해 신규 채용한 전문인력의 인건비를 1명 당 월 200만 원 한도로 보조해주는 사업이다. 최장 2년까지 연장이 가능하다. 첫해에는 월 인건비 70% 이내, 연장시 이듬해에는 월 인건비 50% 이내로 지원한다. 중앙회는 지난해와 올해 총 87곳 조합의 88명 채용을 도왔다. 협동조합은 긍정적 플랫폼 효과에도 불구하고 재정적 여력이 충분치 않아 공동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과 탄소중립,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의 경영 환경 변화에 중기가 개별적으로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구심적 역할을 할 협동조합과 전문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구경북섬유직물공업협동조합의 경우 원활한 공급망 구축을 위해 협동조합 전문인력 지원사업을 통해 이원우(52) 이사를 채용했다. 원사 메이커 30년 경력의 이 이사는 원활한 중국어 구사 능력을 통대로 국내에서 생산하지 않는 인견사와 국내 생산량이 전체 수요의 30%가 채 되지 않는 폴리 원사를 중국과 베트남 업체 등으로부터 공동구매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실제 협동조합 전문인력 지원사업으로 협동조합에서 일하고 있는 전문인력들은 업무의 영속성 확보를 위해 지원기간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한 자문은 “ESG 대응 등의 업무는 1년으로 기간을 정해 놓지 말고 긴 호흡으로 수행하면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이 이사는 “단발형 연차성 사업으로 아닌 최소 3년 또는 5년 단위 사업으로 마중물의 깊이를 깊게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