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통합의 존재 이유는 없습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마무리한 뒤 내놓은 첫 메시지에서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앞으로 2년 간 진행하는 대한항공 통합 항공사 출범 과정에서 안전 문제가 자칫 소홀해지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했다. 안전 뿐만 아니라 서비스 전반에서 세계 10위권 ‘메가 캐리어(초대형 항공사)’에 걸맞은 경쟁력을 갖추고 한국 항공 산업의 글로벌 위상을 한층 더 강화하겠다는 포부다.
1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조 회장은 16일 오전 그룹사 사내 인트라넷에 올린 글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이제 한진그룹이라는 지붕 아래 진정한 한 가족이 됐다”며 “대한민국 항공 산업의 큰 축이 하나의 회사로 다시 거듭난다는 것은 대단히 큰 의미를 갖는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2일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한 이후 이날 처음으로 임직원을 대상으로 담화문을 내고 향후 계획과 당부 사항 등을 전달했다.
조 회장은 “통합 항공사는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인정받고 사랑받는 항공사가 되기를 꿈꿔본다”며 “대한민국 대표 국적사로서 세계 유수의 글로벌 항공사들과 당당히 경쟁하고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위상을 전 세계에 뿌리 내리게 하겠다는 당찬 포부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앞으로 2년간 각자 브랜드로 운영하며 통합 절차를 밟는다. 이 기간에 기업 이미지(CI)·기체·유니폼 디자인 재설정과 인력 재편, 마일리지 통합 등 각종 작업이 진행된다. 2026년 말 통합 브랜드가 출범하면 아시아나항공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진에어(대한항공)와 에어서울·부산(아시아나항공) 등 산하 저비용항공사(LCC) 간 통합도 이뤄진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이끈 조 회장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경영 방침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통합 항공사 출범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국가 항공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안전 문제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항공 산업 특성상 안전 사고는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발생 시키고 실추된 이미지·신뢰도를 회복하는 데 오랜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안전이 항공사의 근간이라는 것은 불변의 가치로 안전과 서비스 등 업무 절차 전반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지 돌아 볼 시점”이라며 “안전에 대해서는 글로벌 최고의 항공사가 될 수 있도록 각자 맡은 자리에서 철저한 안전의식을 갖춰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양사의 통합을 응원해준 국민들과 고객을 위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가장 잘해왔던 것을 한층 더 잘 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우리의 책무”라고 덧붙였다.
대한항공은 지난해까지 23년 연속 무사망 사고 기록을 달성했다. 데이터 기반의 안전 운항 관리를 위해 최근 4년간 60억 원을 투자해 새로 도입한 항공기와 운영 중인 항공기에 최신 장비를 장착했다. 신속한 비행 자료 확보와 분석으로 위험 상황에 대응할 수 있게 됐다. 대한항공은 안전 운항을 위한 투자를 늘리기로 했다.
조 회장은 신속한 의사결정과 판단으로 급변하는 항공 산업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겠다고 못 박았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하루 만인 지난 13일 안전·재무·인사·운항·정비 등 주요 부서 임직원 8명을 아시아나항공에 파견해 핵심 업무를 파악하는 등 통합 절차에 착수했다. 조 회장도 같은 날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있는 아시아나항공 정비·운항·여객 서비스 부서를 직접 방문해 현장 임직원을 격려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대한항공은 다음 달 16일 예정된 아시아나항공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대표이사를 비롯한 새로운 임원진을 꾸릴 예정이다. 이후 통합 항공사 출범 작업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 관심이 큰 마일리지 전환 비율 등 통합 방안은 내년 6월쯤 나올 예정이다. 또 아시아나항공과 중복 노선의 시간대를 다양화하고 신규 노선에 취항해 고객 서비스 선택의 폭을 넓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