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와 연구소에서나 쓰였던 인공지능(AI)은 어느덧 일상 깊숙이 침투했다. 방대한 데이터 처리 능력의 발전 덕분이다. 특히 딥러닝과 같은 기계 학습 기술은 인간 수준의 언어 처리, 이미지 인식, 그리고 복잡한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모델을 가능하게 했다. 이러한 기술발전으로 생성형 AI인 ChatGPT나 동영상을 생성하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Sora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매우 빠르게 대중적인 기술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텍스트 생성, 예술 창작, 프로세스 자동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기업들도 AI에 대규모 투자 자금을 쏟아 붓고 있다. 이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세가지 장면이 있다.
첫째는 엔비디아의 지난 2년간 실적 추이와 주가 흐름이다. 지난해 엔비디아 매출은 전년 대비 125% 증가했다. 올해 역시 지난해보다 150% 이상 증가할 것을 예상된다. 그럼에도 인공지능에 특화된 반도체 생산과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사이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해 초 이후 최근까지 830% 이상 급등했다.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데이터 센터와 전력 인프라 설비 투자 규모도 AI에 대한 기업들의 지대한 관심을 대변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구글, 메타와 같은 미국 거대 기업(빅테크)들이 엔비디아 전체 매출의 40% 이상 차지할 만큼 치열한 설비 투자 전쟁 중에 있다. 내년 이들의 합산 설비 투자 금액은 3000억 달러(약 430조 원)를 넘어설 것으로 점쳐진다. 이 외에도 스타트업부터 수많은 대기업까지 인공지능을 활용한 혁신을 이루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소비자들의 빠른 AI 소프트웨어 수용도 투자 자금 지출 확대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ChatGPT는 출시 이후 단 5일 만에 사용자가 100만 명에 도달했다. 기존 혁신 소프트웨어의 평균 보급 속도를 100배나 초과했다. 올 들어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했던 팔란티어, 앱로빈, 서비스나우 등 미국 AI소프트웨어 기업들은 각각 활동 분야가 다를 뿐 공통적으로 뛰어난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주가가 빠르게 반응하는 기업의 고객 수 증가와 실적 확장의 속도가 가팔랐던 만큼 이들 기업의 주가가 폭발한 것도 어쩌면 당연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 몇 년간 인공지능 투자 트렌드를 요약하면 가장 기초가 되는 반도체부터 시작해서 데이터센터, 전력 등 인프라 설비 투자로 이어진 상황이다. 최근 들어서는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산업별 소프트웨어로 확장하고 있는 분위기다. AI 산업 가치사슬(벨류체인)은 이미 구조적인 선순환과 성장기에 진입했다고 본다.
이러한 흐름 변화는 투자 상품 시장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불기 시작한 AI반도체를 포함한 인프라 상품의 수익률 고공행진은 전력 인프라 분야로 확장하더니 최근에는 AI소프트웨어로 옮겨지고 있다. 실제 국내 글로벌투자펀드 중에서 올해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도 바로 ChatAI를 포함한 AI소포트웨어에 집중 투자하는 상품이다.
앞서 엔비디아 창업자인 젠슨 황은 생성형 인공지능의 보편화에 대해 “새로운 산업혁명이 시작됐다”고 선포한 바 있다. 역사적으로 산업혁명은 한 세대 이상 유지돼 왔다는 것을 감안하면 짧은 호흡으로 투자하기 보다는 연금계좌에서 중장기로 꾸준히 적립식으로 투자하기를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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