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에 국정 리더십이 약해지면서 인공지능(AI) 시대 국가 인프라인 전력망 구축과 반도체·소형모듈원전(SMR) 지원 같은 굵직한 정부 사업들이 좌초 위기에 놓였다. 전문가들은 이들 사업은 여야 정치 성향을 떠나 미래 먹거리 확보와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수적 분야인 만큼 정책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게 정치권이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7일 국회와 정부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각 부처가 추진해온 핵심 사업들의 추진 동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에서 해오던 것 중에 방향이 옳은 것도 많았는데 사실상 올스톱됐다고 봐야 한다. 지금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며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각국이 첨단산업에서 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우리만 뒤처질 수 있어 걱정”이라고 전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반도체·AI 지원 △전력망 구축 △저출생·고령화 후속 대책 △원전 수출 확대 △경제 활력을 위한 상속증여세 완화 △수도권 주택 공급 등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첫 시추 사업 예산(497억 원)이 전액 삭감된 ‘대왕고래 프로젝트’만 해도 자원 개발과 에너지원 다양화라는 측면에서 정책 연속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규 원전 건설을 포함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확정과 쌀 산업 구조 개혁, 일·가정 양립 정책 등도 마찬가지다. 주택 공급 같은 사업은 시기를 한 번 놓치면 대가가 크다는 얘기가 있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반도체만 봐도 전 세계 국가 대항전”이라며 “야당이 기업들의 호소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기업가정신이 추락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시장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참사를 되새겨 정치적 위기 상황에서도 정책의 연속성은 지켜나가야 한다는 조언이 제기된다. 무디스·스탠더드앤드푸어스(S&P)·피치 등 국제 신용평가기관들도 국가의 신용등급을 평가할 때 정책 일관성을 주요 평가 요소로 고려한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무역으로 먹고사는 우리나라는 대외 신인도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며 “미래 먹거리와 첨단산업 등의 지원 사업에 대해서는 외국인 시각에서 볼 때 정책 공백으로 비치지 않게 정치권이 협력해 정부를 지원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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