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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자 갈등에 온누리상품권 불똥…소상공인·이용자 혼란 우려

통합 사업 수행자로 조폐공사 선정

ERD 이관 두고 기존 사업자와 마찰

사업 준비 미비에 서비스 착수도 지연

발주처 소진공은 뒷짐만…애꿎은 피해 우려

서울의 한 전통시장 상점에 온누리상품권 사용가능 표시가 붙어 있다. 뉴스1




전통시장 활성화와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도입된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사업이 사업자 선정 과정의 잡음으로 혼선을 빚고 있다. 디지털 통합 플랫폼 구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서 자칫 소상공인과 이용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은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플랫폼’ 사업을 새해부터 추진하기로 하고 사업자로 한국조폐공사를 선정했다. 기존 별도로 운영되던 카드형·모바일 온누리상품권을 통합해 운영하는 사업이다. 내년 1월부터 2026년 말까지 2년 간 총 557억 7000만 원이 투입된다.

이번 사업을 통해 소진공은 KT가 맡아 온 카드형과 비즈플레이가 수행한 모바일을 통합한다는 구상이다. 별도 플랫폼 운영에 따른 소비자 불편과 혼란을 해소하고 이중 관리로 인한 비효율을 제거하기 위한 취지다.

이 과정에서 모바일 사업을 담당하던 비즈플레이와 새로운 사업자로 선정된 조폐공사 간 갈등이 발생했다. 비즈플레이는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기술 점수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지만 최저 투찰 비율에 따른 입찰가 경쟁에서 밀려 탈락했다.



발주처인 소진공 측은 조폐공사를 새로운 사업자로 선정하면서도 아직 새로운 플랫폼 구축 등 제반사항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기존 사업자인 비즈플레이 측에 2월까지 온누리상품권 서비스 운영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조폐공사 측은 원활한 업무 이관을 위해 비즈플레이 측에 플랫폼 데이터 관계도(ERD)를 요청했지만 비즈플레이 측은 자체 지식재산권(IP)에 해당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비즈플레이 측은 “ERD를 제공할 경우 이관 업무와 관련해서만 사용할 것을 확약하는 증서를 요구했지만 조폐공사 측이 응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조폐공사 측은 “서비스 이행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ERD 이관이 지연된 탓에 플랫폼 구축이 지연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문제는 양사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사업이 원활하게 전개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새로운 사업자는 새해부터 사업을 수행해야 하지만 서비스 수행 능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기존 사업자인 비즈플레이 측에 임시로 사업을 맡겼지만 운영권을 넘겨받기로 한 3월부터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확실치 않다. 전 사업자인 비즈플레이 측의 업무 이관 문제가 해소되지 못하면 사업 주체가 불분명한 혼란 상황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폐공사 측은 이관 협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기존 플랫폼과 연동을 포기하고 아예 새로운 플랫폼을 구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경우 기존 온누리상품권 구매자들은 환불 절차를 밟아야 하는 등 또 다른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모바일 온누리상품권은 2023년 4월 한국간편결제진흥원(한결원)과의 계약 종료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발행 중단을 겪는 등 운영상 문제를 이미 드러낸 바 있다. 이후 5개월 만에 판매가 재개됐지만 2년도 채 지나지 않아 다시 운영의 허점을 노출했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자 간 갈등으로 플랫폼 이관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 최대 대목인 설 연휴 등에서 혼선을 겪거나 상품권 발행 집행률이 크게 낮아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갈등을 중재해야 할 소진공 측은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며 우려를 더 키우고 있다. 소진공 관계자는 “현재는 플랫폼을 개발하기 위한 기간인 만큼 문제가 불거졌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소상공인이나 이용자들이 피해가 없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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