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우익 포퓰리즘 정당 영국개혁당(Reform UK)의 나이절 패라지 대표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한 시간 가량 회동한 후 정치 기부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대선 기간 내내 전폭적으로 지원하며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급부상한 머스크 CEO가 이번에는 영국 정치에도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패라지 대표는 17일(현지 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머스크 CEO와 영국개혁당 재무 담당인 기업인 닉 캔디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영국은 개혁이 필요하다”고 썼다. 머스크는 이에 대해 “물론”이라는 댓글로 화답했다. 패라지 대표는 영국의 대표적인 반(反)유럽연합, 반이민 성향의 극우 정치인이다.
패라지와 캔디는 이 사진이 트럼프 당선인의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촬영됐다고 밝히며 미국의 차기 대통령과의 관계를 과시하기도 했다. 이들은 별도의 성명을 내고 “어제 머스크와 1시간 동안 멋진 만남을 가졌다. 트럼프의 지상 게임에 대해 많이 배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역사적 회동에 마러라고 사용을 허락해준 트럼프 당선인에도 감사하다”며 “우리의 특별한 관계는 잘 살아 있다”고 덧붙였다. 패라지 대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와 친해지고 있다는 신호를 주기 위해 부통령인 JD 밴스를 만난 사실도 공개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머스크가 영국개혁당에 1억 달러(약 1437억 원)를 기부하려 한다는 소문에 다시 불을 붙였다. 지난달 말 더타임스는 정당에 대한 외국인 기부를 금지한 영국 법규에 따라 머스크가 엑스의 영국 법인을 통해 대규모 기부를 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패라지 대표는 보도를 부인했지만 이번에는 언론에 직접 글을 써 소문을 확인했다. 패라지 대표는 이날 영국 텔레그래프에 ‘일론 머스크는 영국이 매우 심각한 문제에 처해있다고 믿는다’는 제목의 글을 기고해 두 사람이 마러라고에서 “돈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글에서 “머스크가 우리 바로 뒤에 있다는 것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재정 기부에 대한 협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썼다. 텔레그래프는 “패라지나 머스크가 영국 정치 역사상 최대 규모가 될 수 있는 기부를 고려하고 있다는 소문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짚었다.
한편 텔레그래프는 머스크가 소셜미디어의 콘텐츠 규제를 의무화하는 영국의 온라인 안전법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 법안의 폐기 또는 개정이 내년 영국과 무역 협상을 시작할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요구 사항이 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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