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주요 조선소가 외국인 근로자를 1000명 이상씩 충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4년간 조선사들의 공격적 수주로 건조 물량이 쌓이면서 부족한 국내 인력을 외국인 근로자로 채우고 있다는 의미다. 조선사들의 적극적 채용에 지방자치단체도 협력하며 조선소의 외국인 비율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대형 조선소들은 각각 1000명이 넘는 외국인 근로자를 새로 채용했다.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는 지난해 말 약 3500명이었던 외국인 근로자가 올해(12월 기준)는 4500명으로 늘었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도 해외 인력이 3500명에서 4600명으로 증가했고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도 1000명이 넘는 외국인이 취업했다. 최근 조선업 호황을 고려할 때 내년에도 조선소 내 외국인 근로자 충원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동남아시아 출신에 집중됐던 채용도 중앙아시아로 확대되는 등 국적의 다양성도 점차 넓어지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이달 초 대규모의 우즈베키스탄 근로자를 내년까지 채용하기로 합의했다. 채용 인원은 자격을 갖춘 전문가에게 발급되는 복수 입국 E-7 비자를 기반으로 3년간 한국으로 파견된다. HD현대중공업도 우즈베키스탄 출신 전문 인력 35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선소는 물론 지자체에서도 외국인 인력을 채용하기 위한 다양한 협력 및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국내 조선업 종사자 중 약 20%가 외국인인 반면 새로 채용되는 인력은 80%에 육박하고 있는 만큼 건조 현장에서 외국인 비율은 급격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선소들이 적극적으로 해외 인력을 유입하고 있는 것은 초호황기를 맞은 국내 조선업계에는 여전히 ‘인력난’이라는 변수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현재 조선사들의 수주 잔고는 포화 상태다. HD현대중공업은 2020년 말 13조 원이던 수주 잔량이 2022년 34조 원까지 늘어난 뒤 올해 46조 원으로 급증했다. 삼성중공업도 현재 약 31조 원 규모의 수주 물량이 남아 있는데 4년 전(12조 원) 보다 2배 이상 늘었다. 두 회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주에 소극적이던 한화오션도 2020년 말 9조 원이었던 수주 잔액이 27조 원으로 3배 늘었다.
조선사들은 대규모로 계약한 상선의 납기를 맞추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외국인 채용이라고 판단했다. 2027년까지 국내 조선업에는 약 13만 명의 인력이 필요하다는 관측이 나왔는데 현재는 약 10만 명 수준으로 여전히 3만 명 가까이 부족하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2020년부터 4년간 조선사들의 수주는 크게 늘어났는데 현장에서 일한 내국인들은 자동차·반도체 공장 등으로 이탈하는 상황이 이어졌다”며 “처음에는 국내 조선소들도 ‘급한 불’을 끄기 위해 해외 인력 채용에 나섰지만 최근에는 국내 인력 대비 상대적으로 비용 절감도 가능해 선호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늘어나며 조선소가 맞춤형 교육·복지를 제공하고 각자의 경험도 쌓이며 건조 현장에서 기량 미달 등의 문제도 대부분 해결되는 모양새다. 7월 HD현대중공업에서 첫 외국인 현장반장이 탄생하기도 했다.
한편 연구·설계 등을 중심으로 한 국내 인력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조선사 본사 직원은 늘어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현재 본사 직원 수가 1만 89명으로 5년 만에 1만 명을 넘겼다.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8775명까지 줄었던 인원이 다 채워진 것이다. HD현대중공업도 본사 직원이 최근 1만 4393명까지 증가했는데 이는 2~3년 전 약 1만 2000명까지 줄었던 인원이 회복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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