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 금융계 관심사 중 하나는 미국과 중국 간의 ‘마러라고 합의(Mar-a-Lago Accord)’ 가능성이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중국에 대해 ‘달러화 절하-위안화 절상’을 골자로 하는 제2의 ‘플라자 합의’를 압박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마러라고 리조트는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자택으로 트럼프가 2019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주요 정상들과의 회담을 진행한 곳이다. 플라자 합의는 1985년 주요 5개국(G5) 재무장관들이 뉴욕 플라자 호텔에 모여 미 달러화를 일본 엔화와 독일 마르크화 대비 절하하기로 합의한 것을 말한다. 공교롭게도 당시 플라자 호텔은 트럼프 소유였다.
트럼프는 미국의 무역 적자 해소를 위해 달러 약세를 유도하고 관세를 인상하려 하고 있다. 문제는 관세 인상은 달러화 강세를 유발하게 돼 양립 불가능한 정책이라는 점이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 지명자도 트럼프의 관세 위협은 달러 약세를 추구하기 위한 협상 전략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경기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위안화 절상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골드만삭스는 위안화 가치가 10% 절상되면 중국의 수출 증가율과 성장률이 각각 5%포인트, 0.75%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중국 지도부는 일본이 플라자 합의 탓에 ‘잃어버린 30년’에 빠졌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합의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트럼프가 대중 관세를 60% 추가 인상할 경우 성장률이 2.5%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위안화 절상 때보다 중국 경제가 더 큰 피해를 입게 된다. 또 위안화를 절상하면 중국 기업들의 해외 투자 비용이 감소하고 유럽연합(EU) 등과의 무역 갈등을 줄일 수 있다. 위안화 국제화에도 도움이 된다. 로이터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트럼프와 시진핑이 무역 긴장 완화와 각자의 정치적 이익을 충족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다면 마러라고 합의는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만일 이 같은 합의가 성사될 경우 글로벌 경제 질서에 메가톤급 파장을 불러올 것이다. 트럼프 2기 대응 시나리오를 더 촘촘히 가다듬고 대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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