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 열풍을 타고 국내 저가 커피 브랜드들도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10만 카페 시대’에 접어든 한국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에 다다랐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국내에서의 ‘대용량·저가’ 전략을 그대로 가져가기보다는 한국산 특화 메뉴와 함께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0일 프랜차이즈 업계에 따르면 저가 커피 브랜드 더벤티는 내년 3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 첫 해외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다. 메가MGC커피도 올해 5월 몽골 울란바토르에 첫 매장을 연 뒤 2·3호점까지 연이어 준비 중이다. 컴포즈커피 역시 지난해 9월 싱가포르에 오픈한 첫 해외 매장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컴포즈커피는 올해 7월 필리핀 최대 외식 기업 졸리비에 인수돼 향후 공격적인 해외 확장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빽다방은 2016년 싱가포르에 처음 진출한 후 필리핀 등 해외에서 12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저가 커피 브랜드에 비해 가격대가 높은 이디야커피는 전날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의 대표적 위성도시 ‘엘미나’에 1호 매장을 열었다. 지난해 말에는 괌에 첫 해외 가맹점을 오픈한 바 있다. 할리스 또한 올해 4월 일본 오사카에 1호점을 열었다.
커피 브랜드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은 국내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커피 브랜드 수는 886개로 치킨(669개)보다 많았다. 커피 브랜드 가맹점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커피·비알코올음료 가맹점 수는 2만 9581개로 2018년(1만 7615개) 대비 67.9%나 늘었다. 개인 매장까지 포함하면 국내 카페는 10만 개에 달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집계한 2022년 말 기준 커피·음료점업 점포 수는 9만 8886개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K푸드’ 열풍은 커피 프랜차이즈의 글로벌 진출에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전망된다. 커피 브랜드들 역시 해외에서 한국 특화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이디야커피는 말레이시아에서 식혜나 군고구마를 활용한 음료를 선보인다. ‘불닭파니니’ ‘감자핫도그’ ‘크룽지’처럼 소셜미디어(SNS)에서 인기를 끈 한국식 베이커리도 준비했다.
동남아시아 시장을 공략하는 저가 커피 브랜드의 경우 국내보다 높은 가격을 적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메가MGC커피 몽골 울란바토르 매장의 아메리카노 가격은 7000투그릭(약 3000원) 수준으로 한국의 2000원보다 높다. 메가MGC커피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찾기 어려운 프라페와 에이드 메뉴들이 트렌드에 민감한 현지 2030세대에게 오히려 커피보다 좋은 반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현지 특화 메뉴도 테스트 기간을 거쳐 적용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다만 초기 단계에서 해외 인지도가 낮다는 점은 국내 업체들이 넘어야 할 산이다. 해외 출점은 국내보다 비용과 시간이 많이 투입된다. 커피 프랜차이즈가 해외에 진출하는 데는 통상 1년 내외의 기간이 소요된다. 프랜차이즈를 운영할 현지 협력사를 찾아 계약한 뒤 매장을 내는 데 적합한 입지를 선정하기까지는 경우에 따라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 시장의 경우 한류의 영향이 특히 강하면서도 무슬림 국가라는 점에서 현지화가 특히 중요하다”면서 “적절한 협력 업체를 선정해야 할 뿐 아니라 사업이 잘 안될 경우에 대비한 출구전략도 미리 세워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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