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사진) 교보생명 회장 측이 새로운 재무적투자자(FI)를 물색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교보생명 주식의 새로운 공정시장가치(FMV)가 결정되는 대로 새로운 FI를 주주로 참여시켜 어피너티컨소시엄의 지분을 청산하기 위해서다. 새 FI 물색에 실패할 경우 주식담보대출을 받아 어피너티 지분을 매입해야 하는데 이는 이자 등 여러 가지 부담이 큰 옵션이다.
22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신 회장 측은 19일 국제상업회의소(ICC)가 “신 회장이 어피너티의 풋옵션 주식 FMV를 산정할 감정평가 기관을 선임해야 한다”고 판정하기 이전부터 새 FI 찾기에 착수한 상태다.
어피너티컨소시엄은 2012년 9월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인터내셔널)로부터 교보생명 지분 24.01%를 주당 24만 5000원(총 1조 2000억 원)에 사들이면서 2015년 말까지 교보생명이 기업공개(IPO)를 하지 못하면 자신들의 지분을 신 의장에게 팔 수 있는 풋옵션이 포함된 주주 간 계약을 신 회장과 체결했다. 이후 IPO가 불발됐고 어피너티가 2018년 10월 주당 41만 원(총 2조 122억 원)에 주식을 사가라며 풋옵션을 행사하면서 분쟁이 시작됐다. 1차 ICC 중재 판정은 신 회장이 풋옵션에 응해야 하되 그 가격이 꼭 41만 원일 필요는 없다는 방향으로 나왔고 이번 2차 판정에 따라 신 회장은 30일 내에 새 FMV를 산정해야 한다.
신 회장 측은 어피너티가 최초 투자한 가격인 주당 24만 5000원에 새 FMV가 수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23년 8월 교보생명이 우리사주조합과 골드만삭스 등으로부터 자사주 2%를 매입할 당시 주당 가격은 19만 8000원이었다. 또한 비슷한 규모의 상장사 한화생명의 시가총액은 2조 1800억 원 선인데 어피너티가 주장하는 주당 41만 원을 교보생명에 대입하면 시총 8조 원이 넘게 된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이는 주당 41만 원이 시장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격임이 분명함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보험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 회장 측의 베스트 시나리오는 주당 24만 5000원에 가까운 FMV가 정해지고 새 FI에 어피너티 지분을 인수하게 하는 것”이라며 “신 회장은 개인 재산이 많지 않아 외국 보험사를 포함한 국내외 투자자를 물색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새 FMV가 생각보다 높게 산정될 경우 새 FI 찾기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신 회장은 자신의 지분 33.78%와 어피너티 지분 24.01%를 더해 주식담보대출을 받고 그 즉시 어피너티 지분을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는 이자와 원금 상환 부담은 물론 향후 승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난처한 옵션이라는 게 보험 업계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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