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요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베팅했던 투자자들로 인해 2024년 글로벌 채권 펀드에 쏠린 뭉칫돈이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22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데이터 제공업체 EPFR 자료를 인용해 올해 글로벌 채권 펀드에 유입된 뭉칫돈이 6000억 달러(약 870조 원) 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이전 최고치였던 2021년 5000억 달러보다 20% 늘어난 수치다. 자산운용사 올스프링의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마티아스 샤이버는 “올해는 투자자들이 통화정책의 상당한 변화에 큰 베팅을 했던 한해”라며 “인플레이션 둔화와 성장 둔화에 대한 혼합된 전망은 투자자들로 하여금 채권 투자로 높은 수익률을 노려보도록 장려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채권 상품의 수익률은 글로벌 금리 인하 속도가 기대보다 느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생각보다 저조한 상황이다. 국채 및 회사채에 관한 광범위한 벤치마크인 블룸버그 글로벌 총채권 지수는 올해 3분기 급등했지만 지난 3개월 동안 4.5% 이상 하락하며 현재 연초 대비 -1.4%의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번 주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리면서 내년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서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신호가 보이자 미국 국채가격이 하락(수익률 상승)하고 달러 가치가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시장이 요동쳤다. 실제 채권 불확실성이 커지던 이 한 주간 글로벌 채권펀드에서는 60억 달러(8조 7000억 원)가 빠져나갔다. 주간 인출액으로는 2년 만에 가장 큰 수치다. 픽셋자산운용의 멀티에셋 책임자인 샤니엘 람지는 “물가 상승률의 둔화에 대한 기대감과 미국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가 확산하면서 채권 펀드에 자금이 몰렸는데, 물가 상승은 둔화됐지만 경기 침체는 발생하지 않았다”며 “연초 높았던 국채 가격을 감안할 때 투자 수익률이 충분하지 않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과 유럽의 회사채 시장은 신용 스프레드(회사채와 국채의 금리 차)가 수십 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좁아지면서 빠르게 회복하는 모습이다. 기업들도 회사채 발행에 적극적인데다 미국 주식이 상대적으로 너무 비싸져서 내년에도 회사채 투자는 열기를 띌 것이라는 분석이다. 자산운용사 말보로의 채권 매니저인 제임스 애티는 “미국 증시는 내일이 없을 것 같은 흐름을 이어왔지만 금리 정상화와 함께 투자자들이 더 안전한 투자로 돌아서기 시작했다”며 “인플레이션은 거의 모든 곳에서 하락했고 성장률도 거의 모든 곳이 완만해졌다. 채권 투자자가 되기에는 훨씬 더 우호적인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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