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협중앙회가 반년 만에 약 6000억 원에 달하는 부실채권(NPL)을 정리했지만 시장 위축 탓에 당초 목표의 절반 달성에 그쳤다.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NPL 시장에 매물이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신협뿐만 아니라 새마을금고·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모두 비슷한 상황에 몰려 있어 연말 건전성 관리에 비상등이 켜졌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협중앙회는 이달 19일 기준 올해 총 5800억 원의 NPL을 매각했다. 신협중앙회는 올 7월 연체율 관리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연말까지 총 1조 원 규모의 NPL 정리 계획을 발표했다. △KCU NPL 대부 3500억 원 △신협중앙회 주도 NPL 펀드 5000억 원 △일괄 매각 2000억 원 등 구체적인 계획도 밝혔지만 목표에는 한참 모자란 성적을 거뒀다.
NPL은 수익성이 없는 채권으로 돈을 빌려줬지만 돌려받을 가능성이 낮거나 없어 부실해진 채권을 의미한다. 금융사 입장에서 NPL 발생은 불가피하지만 그 규모가 증가하면 연체율이 올라가고 건전성이 악화한다.
신협중앙회의 100% 자회사인 KCU NPL 대부는 올해 총 3300억 원의 NPL을 소화해 당초 목표(3500억 원)에 준하는 실적을 달성했다. 이 회사는 올 5월 출범했고 8월 대부업 등록을 완료해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중앙회가 출자한 금액만 2000억 원에 달한다. 대부업법에 따라 최대 1조 8000억 원까지 차입할 수 있어 NPL을 적극적으로 매입해 왔다. 하지만 중앙회가 주도하는 펀드를 통해서는 2200억 원을 정리하는 데 그쳐 기존 계획(5000억 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성적을 거뒀다. 신협중앙회 관계자는 “7월에 펀드 조성 계획을 발표했지만 계획한 즉시 시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NPL을 운용하는 증권사와 개별 물건에 대한 현장 실사, 가격 조율 과정 등을 거치는데 당초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11월쯤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시장을 통한 NPL 매각은 극히 부진했다. 전국 신협의 NPL을 하나로 묶어 시장에 일괄 매각하는 방안도 추진했지만 처리한 규모는 300억 원에 불과했다. 일괄 매각 시장은 1금융권에서 발생한 우량담보부 채권을 중심으로 거래가 성사되면서 신협의 NPL 매각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신협중앙회 관계자는 “일괄 매각 시장에서는 시중은행을 포함한 1금융권에서 보유하고 있던 채권이 주로 거래됐다”면서 “경기 악화로 1금융권의 NPL 매각 규모가 늘면서 2금융권의 NPL 매수 희망자를 찾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시장에서 NPL을 정리하기 어려운 상황은 신협뿐만 아니라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을 비롯해 저축은행 등 모두가 겪고 있다. 새마을금고의 경우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통해 NPL 매각에 나섰지만 결국 무산됐다. 캠코가 제시한 가격에 참여한 매수 희망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NPL 공급은 넘치는데 수요는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가격대 자체가 낮게 형성돼 매각이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매수자 입장에서는 기다리면 NPL 가격이 떨어진다는 기대가 있어 기다리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저축은행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저축은행의 경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를 위해 경·공매와 공동펀드 매각 등에도 나서고 있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부진한 상황이다. 특히 저축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PF는 아파트가 아닌 창고·콘도·생활숙박시설 등이 많아 수요자가 한정적인 것도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요인으로 꼽힌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자산 유동화 방식을 통한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NPL 시장이 얼어붙어 거래가 활발하지 않다”면서 “저축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PF 물건들도 특성상 매수자 풀이 한정적이다 보니 시장에서의 매각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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