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내년도 경제성장률에 대해 “잠재성장률보다는 소폭 밑돌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다. 한국은행이 2024~2026년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2.0%로 추정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정부가 내년도 1% 성장을 시인한 셈이다.
최 경제부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년도 경제성장률에 대해 “여러 가지 하방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7월 내년도 한국 경제가 2.2%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이후 반도체 중심 수출 회복세가 둔화한데다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에 탄핵 정국까지 겹쳐 성장률 전망을 낮추게 됐다.
잠재성장률은 노동·자본 등 한 나라의 모든 생산요소를 투입했을 때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다. 최 부총리는 “잠재성장률 자체도 만족스럽지 못하다”며 “하락이 가속화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최 부총리는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달부터 내년도 예산에 대한 지출원인행위를 실시할 수 있도록 허용해 국회를 통과한 예산의 집행을 최대한 앞당길 방침이다. 분야별로 △보건·복지·고용 3조 9000억 원 △사회간접자본(SOC) 4조 4000억 원 △환경 1조 원 △농림수산식품 8000억 원 등 총 11조 6000억 원을 신속하게 집행한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 교부금 3조 원가량을 통상 소요되는 것보다 빠르게 배분할 계획이다. 최 부총리는 “통과된 예산 집행이 우선”이라면서도 “내년 들어 상황을 봐서 적절한 대책을 검토하겠다”며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가능성도 열어뒀다.
최 부총리는 대외신인도를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경제정책들이 여야정 합의를 통해 도출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K칩스법이나 인공지능(AI) 관련 법안 등 여야가 국회에서 이미 합의한 사안들은 늦어도 내년 초에 꼭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야 기업에도 도움 되고 대외신인도 측면에서 좋다”고 말했다.
급등한 환율에 대해서는 “절반 정도는 정치적 사건으로 올랐다고 보고 있고 나머지 절반은 강달러 때문으로 평가한다”며 “전부 국내 (정치) 요인 때문이라고 보는 것은 정확한 분석은 아니며 외환 당국으로서는 환율의 일방적인 급변동에 대해 강력하게 시장 안정 조치로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내수 진작을 위해 면세점 특허 수수료를 50% 인하할 계획이다. 수수료 인하가 올해부터 적용될 경우 면세 업계의 특허 수수료는 연간 400억 원대에서 200억 원대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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