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 측이 대법원에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을 재산 분할에 앞서 확정해달라고 요구한 사실이 확인됐다. 내년 공정거래위원회 계열사 신고를 앞두고 노태우재단·동아시아문화센터 등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관련 법인이 SK그룹 계열사로 편입될 우려가 제기되자 이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24일 법조계와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 측은 4일 이혼소송 상고심을 담당한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에 이혼소송 확정 증명원 신청서를 냈다. 올 5월 항소심 선고 이후 재산 분할에 대한 최종심이 진행 중이지만 이혼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 상고하지 않았기 때문에 법원이 이혼 청구를 분리해 확정해 달라는 요청이다. 최 회장 측은 앞서 6월에도 확정 증명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최 회장 측이 재산 분할에 앞서 이혼 확정을 받으려 하는 데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이 여전히 혼인 관계에 있기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 규정에 따라 내년 3월 노 전 대통령 관련 법인을 SK의 계열사로 신고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동일인(총수)의 배우자 및 인척 3촌까지 특수관계인으로 규정된다. 이로 인해 노 관장과 동생인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원장 등이 지배하는 법인을 계열사로 신고해야 할 의무가 발생한다. 동일인이나 법인이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최대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 5000만 원 이하의 벌금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알려진 노 관장 관련 법인은 노태우재단, 아트센터 나비, 동아시아문화센터 등이다. 동아시아문화센터는 노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옥숙 여사가 147억 원을 기부한 것이 드러나 904억 메모와 함께 지난 국회 국정감사에서 노태우 비자금 의혹을 키운 바 있다. 최 회장 측은 “노태우 일가의 지분 변동 상황 등을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노태우 일가로부터 관련 자료를 협조받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면서 “알지 못하는 법인 상황에 대해 신고 의무가 발생해 혼선을 야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이 재산분할 심리와 별도로 최 회장 측의 이혼 확정 증명 신청을 받아들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법원은 11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상고심을 심리 불속행 기각하지 않고 심리하기로 결정한 상황으로 내년 중 판결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에 대한 쟁점은 재산 분할이지 이혼 성립 자체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 이견이 없다”며 “법원이 재산 분할에 앞서 이혼 확정 증명을 받아들이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SK그룹에 노 전 대통령의 법인이 계열사로 포함되는 것은 SK 계열사들의 주주나 투자자는 물론 자본시장에도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했다. 반면 노 관장 측은 “재산 분할 판결 전에 이혼만 확정받을 수 없다”며 이혼과 재산 분할이 함께 확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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