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전기차(EV),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를 앞세워 실적 상승세를 이어간다. 다양한 세그먼트에서 모델을 확장하고 있는 전기차에 더해 하이브리드 엔진을 장착한 대형 SUV 등 전동화와 고급화 전략을 앞세워 정체된 이익률을 끌어올리는 전략이다.
2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내년 판매 전략은 고급화와 전동화로 압축된다. 내년 전 세계 자동차 시장 성장률은 S&P글로벌모빌리티사업부의 예측 기준 1.7%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연초만 해도 3%대의 성장률을 예상했는데 보호무역을 앞세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 등에 영향을 받으며 낮아졌다. 현대차그룹의 판매도 어두워진 업황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대차는 고급화 모델을 잇따라 내놓으며 시장의 파고를 정면 돌파할 방침이다.
최대 시장인 미국을 타깃으로 해 인기 대형 SUV 모델인 신형 팰리세이드를 선두에 세웠다. 내년부터 본격 판매될 팰리세이드의 더 커진 외관과 실내 편의성, 첨단 기능에 더해 현대차 SUV 최초로 2.5ℓ 하이브리드엔진 모델이 추가된다. 전기차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하는 ‘캐즘’ 구간에 판매량이 늘고 있는 하이브리드 시장을 공략한 모델이다. 하이브리드차량은 내연기관차와 보통 같은 라인에서 생산된다. 한 차종의 내연기관 모델 판매량이 견고한 가운데 하이브리드 판매까지 늘어나면 완성차 업체의 고정비용이 줄고 이익은 높아질 수 있다.
제네시스도 미국 시장에서 공격적인 판매에 나선다. 제네시스는 최근 혼다의 디지털 마케팅 및 전략 총괄인 지그네시 파텔을 디지털·퍼포먼스 마케팅 총괄로 영입했다. 내년 미국 시장에서 제네시스가 혼다의 프리미엄 모델 아큐라를 추월해 도요타의 렉서스와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제네시스도 2026년을 시작으로 하이브리드 엔진 채용이 예고돼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내연기관 모델과 하이브리드 모델은 한 라인에서 혼류 생산되기 때문에 하이브리드 차 판매가 늘어나면 판매 가격과 이익률이 모두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기아는 유럽 시장에서 최근 전기 SUV EV3를 출시한 데 이어 내년에는 소형 EV2를 선보이고 북미 시장에는 해치백 형태의 SUV EV4를 내놓으며 전기차 라인업도 강화한다. 전기차 라인업이 늘어나면 테슬라에 이어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2위를 기록 중인 현대차그룹의 점유율도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