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증원은 2027학년도부터 적용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의학계 주장이 제기됐다. 현재 증원된 의대 정원이 그대로 이어지면 사회적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의학교육은 앞으로 6년간 파행을 겪을 공산이 크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미 의대들이 내년도 신입생 선발을 진행하고 있는 이상 늘어난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치기 위한 대책이 더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오주환 서울의대 교수는 24일 더불어민주당 보건의료특별위원회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내란극복, 국정안정을 위한 의학교육 정상화 토론회’ 발제자로 나서 이같이 말했다. 오 교수는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의 의사 수 추계 연구 논문 공모에 참여 의사를 밝혔고 연구를 진행했다. 그는 베이비붐 세대 은퇴로 의사 수가 줄 것이라는 정부 판단이 오판이라고 주장했다. 의사 수가 늘어남에 따라 의료비도 증가할 수밖에 없으며 국민의 의료이용 수요를 조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교수는 “베이비붐 세대 때 배출된 의사 수는 지금 배출되는 의사 수보다 훨씬 적다”며 “은퇴 연령이 늦춰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사 수는 오히려 증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1분 진료’로 나타나는 의사와 환자 간 소통 시간 부족은 현행 행위별 수가체계의 문제이지 의사 수 부족의 결과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의대 정원을 동결했을 때 의사 수 부족이 나타나는 시점은 2037년부터로 의대 정원 증원은 2027학년도부터 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어떤 시나리오를 적용해도 2035년까지 의사 인력 공급이 부족해지는 경우는 없다는 게 오 교수 주장이다. 2037년부터 부족해지는 것도 아무런 의료체계 개선이 없고, 향후 늘어날 의료비를 모두 국민이 지불할 수 있다는 가정 하의 결론이라고 덧붙였다. 의료시스템의 개선이 시작된다는 가정에 이뤄진 추계 결과로는 의대증원이 없어도 의사 수는 2040년까지 부족하지 않았다. 또 의료개혁이 그 즉시 이뤄진다면 의대 정원 증원이 없어도 2045년까지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다는 결과가 나왔다.
오 교수는 “2025년, 2026년은 입학정원을 변경하지 않는 게 적절했다”고 지적했다. 5년간 2000명씩 증원하기로 한 정부의 결정은 그 근거로 든 연구의 연구자들도 동의하지 않는 마당에 비과학적이고, 즉흥적인 조치였다는 주장이다.
다만 오 교수는 의료계가 요구하는 내년도 의대 모집정지에도 거리를 뒀다. 그는 “2025년 규모는 확정됐다. 합격자가 완성되는 지금 이제는 유효성이 지난 주장이라고 보는 게 더 타당하다”고 말했다. 내년도 모집정지가 안 되면 2026학년도는 의대 신입생을 한 명도 뽑을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입시생에게 큰 피해가 불가피하다. 어렵다고 인정하되 기존 정원 3058명의 절반 정도인 1500여명 선발로 사회가 합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만 의학교육의 파행은 향후 6년은 피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진단으로, 이제는 의학교육의 질이 저하되지 않기 위한 대책으로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 교수는 “교육부는 이 파행을 책임져야 한다”며 “올해 휴학생과 내년 신입생이 2025년 이후 수련을 마칠 때까지 10년간의 교육의 질을 보장할 합리적인 계획을 연내 제출하라”고 촉구했다. 또 각 대학도, 의대생 등 의료계도 제안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토론자로 참석한 강희경 서울의대 교수(차기 의협 회장 선거 후보)는 “각 대학은 의대생을 제대로 교육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시 미충원 인원 정시 이월을 중단하거나 갭이어(gap year) 등을 통해 학생을 분산하는 방법 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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