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플랫폼인 네이버와 카카오(035720)가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생태계의 주도권을 강화하기 위해 경쟁에 나섰다. 카카오는 개발자의 편의성을 개선하기 위해 API플랫폼 단독 애플리케이션(앱)을 선보일 예정이다. 생태계 확장에 성공하면 플랫폼의 신뢰도와 범용성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새로운 수익 모델 발굴도 기대할 수 있다.
25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카카오 API 플랫폼인 ‘카카오디벨로퍼스’의 모바일 앱을 선보일 예정이다. 지금까지 웹 버전의 형태로만 제공했는데 전용 앱으로 편의성을 높였다. 카카오는 베타 테스트를 진행해 문제점을 보완한 뒤 내년 정식 출시할 계획이다.
API는 별도의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들을 연결하도록 지원하는 표준 인터페이스다. 개발자는 API를 활용하면 타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카카오는 카카오톡 계정으로 다른 앱에서 로그인하거나 카카오맵의 콘텐츠 및 데이터를 다른 앱에 연결하는 기능 등을 지원한다.
카카오는 카카오디벨로퍼스 앱을 통해 개발자가 자신의 앱을 원활하게 관리하거나 장애 등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개발자는 디벨로퍼스 앱의 대시보드 기능을 통해 앱의 주요 정보와 설정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또 에러 발생, 설정 변경 등 주요 알림도 앱 푸시로 곧바로 넘겨 받아 대처할 수 있다. 개발자 커뮤니티인 데브톡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카카오는 “개발자들이 API 플랫폼을 모바일 환경에서 더욱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앱을 출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도 API 생태계를 적극 확장하고 있다. 네이버는 블로그, 이미지, 웹, 뉴스, 백과사전, 책, 카페, 지식인 등 서비스의 검색 결과를 제공하거나 네이버 로그인 등을 지원하는 형태로 API를 공개한다.
더 많은 이용자 확보가 경쟁력과 직결하는 플랫폼 기업은 API를 통해 더 많은 앱들을 자사 생태계에 묶어두겠다는 생각이다. 범용성을 갖춘 상황에서 개발자 편의까지 높이면 서비스와 기술 확산을 통해 영향력을 더욱 확보할 수 있다. 이 같은 이유로 글로벌 API 시장은 지속 성장 중이다. 마케츠앤드마케츠에 따르면 글로벌 API 관리 시장 규모는 올해 76억 달러(약 11조 원)에서 연평균 17.1%씩 성장해 2029년 169억 달러(약 25조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플랫폼들은 새로운 앱들과 생태계를 공유하면 이용자의 이탈을 막고 체류 시간을 늘릴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카카오톡의 경우 지난달 이용자 수가 4539만 명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유튜브(4635만 명) 대비 96만 명 뒤쳐진 수준이다. 지난해 12월 유튜브에 국내 월간 이용자 수 1위 앱의 왕좌를 내준 이후 탈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외연 확대가 중요 과제로 떠오른 상태다.
탄탄하게 구축한 API 생태계는 테크 기업의 미래 먹거리인 생성형 AI의 확산 창구가 될 수 있다. 오픈AI와 메타, 구글, 앤트로픽 등 빅테크는 API 형태로 자사의 AI 모델을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 기반의 기업용 AI 개발 도구 솔루션 클로바스튜디오 등 AI 서비스도 API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8월 콘퍼런스콜에서 “생성형 AI에서의 추가적인 레퍼런스 확보를 위해 금융권을 대상으로 하이퍼클로바X API 활용 상품도 제공할 수 있도록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