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최근 환율 급등으로 유동성 위기에 처한 중소 수출입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은행 역시 고환율로 건전성 악화 위험을 안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더 약한 고리인 중기를 지원해 환율 리스크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려는 것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024110)은 외화 대출을 보유한 수출입 기업을 대상으로 만기 연장 특례 제도의 운영 기간을 내년까지 늘리기로 했다. 원금·할부금 상환 기간을 최대 1년 이내로 연장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수출입 기업이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으로 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최대 1.5%포인트까지 금리를 낮춰주는 대출 상품도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들도 잇따라 환율 변동성에 취약한 중소 수출입 기업을 돕기 위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수입신용장을 이용하는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신용장 대금 결제일을 연장한다. 신용장은 무역 거래에서 대금 결제를 위해 거래 은행이 수입자 앞으로 발행하는 문서다. 신한은행은 신용장 만기가 돌아오는 중기를 대상으로 연장 기준을 완화하고 환율 상승에 따른 일시적 결제 자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여신을 지원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우리은행은 외화 여신 공급 확대와 수수료 우대 등 총 5000억 원 규모의 수출입 중기 지원에 나섰고 하나은행은 총 3000억 원(기업당 최대 20억 원)의 특별 대출 프로그램 실시, 기술보증기금·신용보증기금 보증부 대출 취급 시 금리를 낮춰주는 지원 방안을 내놓았다.
지방은행과 상호금융권도 동참했다. iM뱅크와 부산은행은 외화 대출을 받은 기업의 만기를 연장하고 광주은행은 외화 대출을 받을 당시보다 환율이 올라 비용이 늘어난 기업의 상환 부담을 낮춘다. 전북·경남은행도 외화 대출 만기 연장을 핵심으로 하는 수출입 기업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수협은행은 외화 대출 만기가 임박한 기업들을 적극 지원하고 이자 연체 없는 차주에 대해 무상환 만기 연장을 지원한다.
외국계인 한국씨티은행 역시 수출입 기업 대상 신용장 만기를 늘리는 계획을 세웠다.
중소기업 자립이 장기적으로 은행의 대출 건전성과 이어지는 만큼 지원에 적극적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가계대출 관리로 중소기업을 포함한 기업 대출이 크게 늘어난 만큼 대출 위기 기업을 돕는 것은 일방적인 지원이 아닌 상생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무수익여신 잔액은 4조 2773억 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중기 연체율도 높아지는 추세다. 올 10월 말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70%로 전년 동월 말(0.55%) 대비 0.15%포인트 상승했다. 이 중 개인사업자를 제외한 중소법인의 연체율은 0.74%로 더 높았다.
은행권은 수출입 기업 지원과 별도로 내년부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25만 명을 대상으로 채무 조정 등 금융 지원을 통해 연간 최대 7000억 원을 출연해 3년간 2조여 원 규모의 금융 지원을 실시한다는 ‘상생금융 시즌2’를 마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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