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조선·방산 산업은 역대급 해외 수주 실적을 기록하며 수출을 견인했다. 조선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필두로 한 고부가가치 선박이, 방산은 K2 전차와 K9 자주포,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Ⅱ’ 등이 세계시장에서 선택을 받았다. 내년 트럼프 2.0 시대가 시작되는 가운데 K조선·방산은 유력한 수혜 업종으로 꼽히면서 실적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조선 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009540)·한화오션(042660)·삼성중공업(010140) 등 국내 조선 3사는 올해 13년 만에 동반 흑자를 기록한다. 3분기까지 HD한국조선해양은 9350억 원, 한화오션은 689억 원, 삼성중공업은 3285억 원의 누적 영업이익을 거뒀다. HD한국조선해양은 6개 분기 연속, 삼성중공업은 7개 분기 연속 흑자다.
조선 3사는 선박을 건조하는 도크 시설이 한정된 만큼 선가(배 건조 가격)가 높은 고부가가치 선박을 위주로 수주하는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게 LNG 운반선인데 국내 조선소는 전 세계 LNG 운반선 수주 잔량 총 340척 중 240척(70.6%)을 차지한다. 중국이 컨테이선과 탱커선(유조선) 중심으로 수주를 싹쓸이하고 있지만 LNG 운반선은 아직 한국의 기술력에 밀린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10년간 최대 1500척의 LNG 운반선 추가 발주가 가능한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내 조선사가 쌓아놓은 3년 치 일감이 급격히 줄어들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방한한 쉬리 티케이 라마찬드란 인도 항만해운수로부 차관 등 인도 정부 관계자들도 조선 3사 사업장을 방문했다. 인도는 현재 1500척 수준인 선대를 향후 2500대까지 늘릴 계획인데 인도 현지 조선소는 28곳에 불과하다. 한국 측에 인도 현지 조선소 설립과 상선 발주, 기술이전 등 협력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업이 ‘반짝 특수’에 머물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더욱이 조선업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으로부터 ‘러브콜’까지 받았다. 미 의회 또한 조선업 강화를 위한 초당적인 법안을 발의한 만큼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등 한미 조선업 협력이 이르면 내년부터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방산업 또한 올해에 이어 내년도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한화시스템(272210)·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현대로템(064350)·LIG넥스원(079550) 등 방산 5개사는 올해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 2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연간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세계 자주포 시장 점유율 1위인 K9과 폴란드 2차 실행 계약을 앞둔 K2, 아랍에미리트(UAE)·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이라크 수출에 성공한 천궁Ⅱ 등이 대표 상품이다. 한국형 기동 헬기인 수리온이 국내 회전익 부문 최초로 이라크 수출(1357억 원 규모)에 성공하는 등 수출 포트폴리오 역시 다변화되는 양상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해외 분쟁 개입을 줄이고 안보 비용을 각국에 전가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개별 국가의 자체 무기 구입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주요 방산 수출국으로 떠오른 우리로서는 나쁘지 않은 분위기다.
2.75인치 유도로켓 ‘비궁’이 미 국방부 최종성능평가(FCT)를 통과하고 K9이 미 육군 자주포 현대화 사업(SPH-M)을 위한 성능 시험 계약을 맺는 등 아직 수출길이 열리지 않은 미국 시장 진출에 한 발씩 다가가고 있다. 미국 진출에 성공하면 우리 방산 수출에 또 한 번의 ‘퀀텀점프(비약적 도약)’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HD현대중공업(329180)과 한화오션이 코리아 원팀을 이뤄 캐나다 잠수함 사업 등 해외 특수선 프로젝트에 도전할지도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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