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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디지털 두더지잡기

김진아 메타코리아 대표

김진아 메타코리아 대표. 사진 제공=메타코리아




유럽에 관광을 가면 호주머니를 노리는 소매치기를 조심하라는 조언을 듣고는 했다. 그런데 이들이 자취를 감췄다. 다들 어디로 갔을까. 소매치기들이 모두 온라인 사기로 ‘업종 전환’을 했다고 한다. 최근 인터넷 사기 범죄의 기승이 예사롭지 않다 보니 우스갯소리로만 들리지 않는다.

사기범들은 참 부지런하다. 뭐가 트렌드인지 금방 간파한다. 그만큼 대규모 조직으로 움직인다. 인터넷 초창기, 거액 환전이 급하다던 ‘나이지리아 왕자’는 e메일이 주무대였다. 최근 무대는 스마트폰 메시지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같은 각종 온라인 서비스다.

내 영업장에 범죄가 들끓는 것을 방치할 업주는 없다. 통신사고, 온라인 플랫폼이고, 사기 근절에 여념이 없다. 문제는 여름날 잡초보다 더한 생명력이다. 조직력 강한 국제적 집단이다 보니 한쪽을 잡아내면 다른 쪽에서 고개를 내민다. 한마디로 디지털판 ‘두더지 잡기’인 셈이다.

메타의 경우 올 상반기에 플랫폼에서 적발한 가짜 계정 수만 18억 3000만 개가 넘는다. 하루에만 1000만 개가 넘는 꼴이다. 계정이 가짜라는 것은 사기와 같은 불순한 의도가 있다는 것. 이 중 99.7%는 사전 조치로 잡아낸다.



적발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이 큰 몫을 한다. 사기 범죄의 징후를 포착해 걸러낸다. 하지만 어마어마한 규모다 보니 더 많은 기술 투입이 요구되고 있다. 유명인 사칭 범죄를 차단하기 위한 얼굴 인식 기술이 대표적이다. 수상한 내용에 유명인의 얼굴이 등장하면 일단 경보 대상이다. 한국 시장에도 적용할 수 있다면 사기 근절에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사기 범죄의 피해자가 되지 않는 것이다. 최근 이러한 취지에 동감한 여러 크리에이터들이 적극 나서 주었다. 온라인상 사기 범죄의 여러 유형을 설명하고 주의를 당부하는 콘텐츠를 제작해 배포했다. 피해자 근절 노력에 동참해준 크리에이터 분들에게 지면을 빌려 감사드린다.

역사상 범죄가 사라진 적은 없다. 시대에 따라 그 주무대가 이러저리 옮겨 다닐 뿐이다. 과거에는 한국에도 소매치기가 성행했던 시절이 있다. 공권력과 시민들의 예방 노력이 더해지며 점차 사라져갔다. 시대 변화에 따라 현금 소지가 줄어든 것도 큰 역할을 했다. 디지털화에 따라 이제는 온라인 세상이 곧잘 사기꾼들의 표적이 된다. 그래서 온라인 기업마다 책임감을 가지고 더 정교한 기술력을 투입하며 피해 예방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럼에도 모든 ‘두더지’를 남김없이 잡기에는 한계가 있다. 경찰이 있다고 범죄율이 제로(0)일 수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 만큼 수상하거나 헛된 내용에는 경계를 취하고 사기를 의심해보는 경각심이 중요하다.

다가오는 새해는 우리 모두 이런 경각심으로 무장해 온라인 사기꾼들이 설 땅이 없어지는 한 해가 되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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