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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흔들리는 은행, 새 수장에 거는 기대

금융부 공준호





올 연말 인사에서 국내 주요 시중은행 5곳 중 신한은행을 제외한 4곳의 수장이 바뀌었다. 현직 행장의 연임을 통한 안정적인 경영보다 최고경영자(CEO) 교체를 통한 쇄신에 무게중심을 더 둔 것이다.

내년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실물경기 둔화 등 대외 여건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기준금리 인하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안정적인 이자수익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금융권에 팽배하다. 기존 ‘이자 장사’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 기반을 발굴해 수익 기반을 혁신해야 할 필요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새 은행장들이 모두 영업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인사들로 채워진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생존을 위한 영업도 중요하지만 더 시급한 과제가 있다. 바로 신뢰 회복이다. 올해 대형 금융 사고가 잇따르면서 금융 시스템에 대한 믿음이 추락했기 때문이다. 한 해의 실적 부진은 다음 해에 극복할 수 있지만 무너진 신뢰를 다시 쌓는 데는 얼마의 노력과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내년부터 금융사 임원들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한 책무구조도가 정식 시행된다. 아울러 금융 당국은 내년 4월부터 대출 과정 전반에서 사고 예방과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개선안을 적용할 예정이다. 개별 은행 차원에서의 내부통제 강화 노력도 지속되고 있다. 특히 올해 큰 홍역을 치른 우리금융지주는 내부통제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수장에 검사 출신 법조인을 앉히며 대대적인 쇄신을 예고했다.

내부통제제도 도입과 함께 조직 내부에 뿌리박힌 문화도 바꿔야 한다. 시스템을 아무리 세밀하고 촘촘하게 마련한다고 해도 기를 쓰고 악용하려는 사람을 막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조직 문화가 내부통제의 근간”이라는 말을 금융권이 격언처럼 받아들이는 이유다.

대공황, 글로벌 금융위기, 실리콘밸리은행(SVB) 사례 등 역사 속 은행의 위기를 살펴보면 수십 년간 쌓아온 신뢰가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이 때문에 혹자는 “은행은 돈이 아니라 신뢰를 보관하는 곳”이라고 하기도 한다. 새 은행장들이 이 말을 무겁게 여겨 2025년을 신뢰 회복과 내부통제 확립의 원년으로 만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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