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이 중국 알리바바그룹과 전격 동맹을 맺기로 결정한 것은 자회사인 G마켓이 성과를 내지 못하는 가운데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는 시도로 보인다. 국내 e커머스 시장에서 G마켓이나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모두 쿠팡과 네이버의 양강 체제의 벽을 뛰어넘기 벅찬 상황이다. 두 그룹은 국내에서는 ‘반쿠팡 연대’를 구축하는 한편 알리바바의 해외 판매 네트워크를 활용해 글로벌 판로 확대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26일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알리바바 자회사인 알리바바인터내셔널과 합작법인 ‘그랜드오푸스홀딩’을 설립한다. 양측이 산정한 합작법인의 기업가치는 약 6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출자 비율은 5대5이며 신세계그룹은 이마트를 통해 보유한 지마켓 지분 80%를 현물 출자하는 방식으로 참여하게 된다.
알리바바의 경우 국내에 보유한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지분에 더해 현금 3000억 원을 출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내년에 설립될 합작법인에는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가 자회사로 편입된다. 다만 두 플랫폼은 현재와 마찬가지로 독립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신세계가 알리바바의 동맹 체결은 국내 e커머스 시장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신세계는 2021년 6월 이베이코리아로부터 지마켓 지분 80%를 약 3조 4400억 원에 매입했다. 신세계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 인수합병(M&A)이었다. 하지만 지마켓은 신세계에 인수된 첫해에만 흑자를 낸 후 2022년과 2023년 연이어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도 지마켓은 3분기까지 누적 적자가 341억 원으로 역시 부진한 흐름이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국내 e커머스 업계가 쿠팡과 네이버 2강 체제로 굳어지면서 국내시장에서 성장이 쉽지 않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런데 이번에 알리바바와의 협업을 통해 해외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하게 된 것이다.
알리바바 입장에서도 신세계와의 협업은 매력적인 카드다. 알리바바는 2018년 11월 국내 법인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를 출범하면서 국내시장 진출에 공을 들여왔다. 특히 지난해 10월 한국 판매자 채널 ‘K-Venue’를 론칭하면서 국내 셀러 유치에 집중해왔다. 여기에다 이번에 지마켓과 합작법인을 설립하면서 더 많은 한국 판매자들과 접점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알리익스프레스가 10월 국내 셀러가 해외로 물건을 판매하는 역직구 서비스 글로벌 셀링을 론칭했는데 지마켓 셀러들이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도 글로벌 e커머스 알리바바와의 협업이 글로벌 시장 진출에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G마켓이 보유한 국내 셀러는 약 60만 개 업체로 향후 알리바바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알리바바는 전 세계 200여 개 국가에서 e커머스 사업을 하고 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알리바바와의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으로 국내 셀러의 전 세계 진출 교두보가 마련되고 동시에 K상품의 판로 개척 및 저변 확대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며 “새로운 유통 생태계를 조성해 G마켓의 차별화된 고객 경험 혁신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합작법인 설립에 정형권 G마켓 대표가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올 6월 G마켓 신임 대표이사에 정형권 전 알리바바코리아 총괄을 영입했다. 정 대표는 알리바바코리아 총괄 겸 알리페이 유럽·중동·코리아 대표를 지냈고 골드만삭스·크레디트스위스 등을 거쳐 쿠팡 재무 임원으로도 일했다.
알리바바가 이번 신세계와의 협업 이후 국내 유통 시장에 투자를 가속화할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알리바바는 연초 국내에 약 1조 5000억 원 수준의 신규 투자를 집행해 자체 물류센터 구축 등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국내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에 1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하기도 했다.
이동일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두 기업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여건은 충분하다고 본다”면서 “알리바바인터내셔널 입장에서는 국외 사업 플랫폼에 접근해 현지 투자를 진행할 수 있고 신세계그룹 입장에서는 새로운 협력 상대와 e커머스 사업을 전개하면서 투자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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