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석유화학·철강 업계는 글로벌 경기 침체, 중국산 저가 물량 공세가 겹치며 어느 때보다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내년에도 국내외 환경이 개선될지 불투명한 만큼 정부 대책의 실효성 여부가 업계 ‘턴어라운드’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석화 업계는 전반적인 불황 속에서 적자를 면치 못했다. 국내 주요 석화 4사(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금호석유화학)는 3분기에만 총 4170억 원에 육박하는 손실을 기록했다. 중국산 공급과잉에 범용 제품 비중이 높은 롯데케미칼은 유동성 위기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내년에도 석유화학의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 가격에서 원료인 나프타 가격을 뺀 금액)’가 손익분기점을 밑돌 것으로 예상돼 업계의 어려움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과 중동의 대규모 설비 증설로 공급과잉이 한층 심화되면서 국내 제품의 경쟁력 약화도 우려된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석화 업계는 정부가 최근 발표한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이 실제 효과로 발휘되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마련한 금융·세제 지원책이 석화 기업들의 설비 매각, 인수합병(M&A) 등 사업 재편을 유인할 경우 공급과잉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철강 업계도 비슷한 흐름이었다. 올해 3분기 국내 철강사 ‘빅3’인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다. 포스코는 영업이익이 4772억 원으로 37.6% 감소했고 현대제철(-77.5%)과 동국제강(-79.6%)의 하락 폭은 더욱 컸다. 국산 대비 20% 이상 저렴한 중국·일본산 제품의 범람이 주원인이었다.
업계는 내년에도 뚜렷한 반등의 기회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함에 따라 고율 관세와 수입 쿼터 축소가 예상되고 고환율로 인한 원가 부담까지 가중되고 있다. 철강사들이 잇따라 제소한 수입산 제품에 대한 ‘반덤핑 관세’ 시행 여부를 주목하는 이유다. 수입산에 관세가 부과되면 그만큼 국내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현재보다는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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