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강경한 반(反)이민정책과 연방정부 대수술을 예고했지만 고용시장 및 공무원 사회의 현실과 충돌하면서 잡음이 나오고 있다. 취임 첫날 발표될 대규모 이민자 추방이 미국의 농축산업 고용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트럼프가 공약한 재택근무 철폐 등과 관련해서도 연방 공무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26일(현지 시간)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트럼프의 불법 이민자 추방 공약이 실행될 경우 이민자로 노동력을 충당해온 미국의 농업 분야에 후폭풍을 불러올 것으로 관측된다. 폴리티코는 미국 농산물의 절반을 생산하는 캘리포니아 농장 인력의 절반가량이 불법 이민자인 현실을 언급하며 “대량 추방이 실시될 경우 트럼프를 지지했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농장주들은 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농업 단체들은 불법 이민자 추방에서 농장 노동자를 제외해줄 것을 촉구하며 최악의 경우 미국의 식량 공급망이 송두리째 흔들릴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뉴욕의 한 이민연구센터에 따르면 미국 농업 분야에서 고용 중인 불법 이민자 수는 약 28만 3000명(2022년 기준)이며 이 가운데 절반이 캘리포니아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고숙련 이민 노동자들의 미국 영입 문제를 놓고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트럼프 2기의 최대 실세로 떠오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실리콘밸리의 현실을 반영해 고숙련 이민자들을 적극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이민 강경파들이 이에 반대하고 있어서다. 이러한 논란은 트럼프가 최근 인도계 미국인 벤처캐피털리스트 스리람 크리슈난을 차기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 인공지능(AI) 수석정책고문으로 지명한 가운데 나왔다. 크리슈난 내정자가 머스크에게 외국에서 태어난 고숙련 노동자들에 대한 그린카드(영주권) 상한을 폐지할 것을 촉구하자 강경론자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트럼프의 연방정부 개혁 정책 역시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에 거센 반발에 맞닥뜨리고 있다. 트럼프가 공무원의 재택근무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다수의 공무원이 단체협약에 따라 재택근무를 보장받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연방 공무원 총 230만 명 중 약 56%가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는데 이들 협약의 다수는 원격근무를 허용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의 뜻대로 공무원이 사무실에 복귀하려 해도 이미 원격근무가 자리 잡고 있어 공간 자체도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 청사 건물을 관리하는 연방총무청(GSA)은 최근 수년간 재택근무가 정착되면서 관리비가 많이 드는 건물을 적극적으로 처분해왔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2기 ‘국경 차르’에 지명된 톰 호먼은 미국에서 출생한 아이가 있는 불법 이민자의 가족을 수용 시설에 함께 구금하겠다는 트럼프의 입장을 이날 재확인했다. 호먼은 “불법 이민자는 자신이 미국에 불법 체류하고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아이를 갖기로 결정함으로써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라며 “가족이 함께 미국을 떠날 것인지, 아니면 아이만 남겨둘 것인지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호먼은 앞서 CNN과의 인터뷰에서 불법 이민자 대규모 추방 작업에 10만 개의 침대를 갖춘 수용 시설이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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