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차손만 하루에 2억씩 발생하고 있습니다. 환율급등에 아무것도 안 해도 역마진이 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사업도 한계에 도달하고 있습니다”
천장이 뚫린 환율에 중소기업계가 비명을 지르고 있다. 침체된 경기와 비상계엄 이후 위축된 시장상황에 이제 고환율까지 덮치면서 한계에 도달하는 중소기업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환차익으로만 하루에 수 억대 손해는 물론 이로 인한 상품 가격 인상에 물가까지 올라가는 악순환이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480원’을 돌파하며 1500원도 위협하고 있다.
올해와 내년 1300원 중반대에 환율을 설정하고 사업을 펼쳐온 중소기업계는 급격한 환율 상승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자전거 관련 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대부분 제조 기업들이 국내 높은 인건비 부담에 베트남, 중국에 공장을 두고 있는데 고환율에 1, 2차 산업 기반 업체들은 다 폭탄을 맞고 있다”며 “3개월 전만해도 1350원 대도 높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1450원을 넘어서면서 역마진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부품을 생산하는 B씨도 “부품 단가가 오르다 보니 오늘도 10억 원을 송금하는데 환차손이 2억씩 발생하고 있다”며 “대기업은 6개월이나 1년 치 환율을 환헷지 방식을 통해 고정 환율로 걸고 가기 때문에 리스크 대응이 가능하지만 중소기업 대부분은 자금 여력에 한계가 있다보니 환율 리스크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러한 환율 리스크에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지면서 물가 상승 압력도 높아지고 있다.
닭고기를 해외에서 수입 가공 판매하는 회사를 운영하는 C씨는 “달러로 주로 결제를 하다보니 환율 10원이 올라가면 수천만원이 왔다갔다 하는 상황이지만 비상계엄 이후 해외 업체들은 우리 중소기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선금을 먼저 요구하고 있어 더욱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높아진 수입비용에 대응하기 위해 우선 손해를 보며 수익을 줄이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보니 결국 가격에 반영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화장품 제조 업체를 운영하는 D씨도 “환율 폭등에 따른 원재료 비용 상승에 대한 압박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어 화장품 업계도 우려의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며 “특히 중소 화장품 브랜드의 경우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들의 저항이 클 수 밖에 없어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급격히 오르는 환율을 진정시키기 위해 정부의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비상계엄 사태 이후 연일 이어지는 탄핵 정국 등 환율을 자극하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빠르게 해소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능호 한국수입협회 국제원자재센터장은 “환율 상승으로 원자재 등 비싸게 수입을 하게 되면서 국내 업체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러한 추이가 계속 되면 물가 측면에서 상당히 악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를 줄이기 위해 빨리 정부가 나서서 환율 급등의 요인들을 찾아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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