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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조기집행 안간힘…국토 예산 36조 내년 상반기 중 쓴다

■당정, 내수 활성화 대책

최상목 '전례없는 속도와 규모' 강조

물가안정·생계비 완화 11.6조 배정

소상공인·중기 정책자금 조기 투입

건설형 공공주택 내년 7만가구 착공

"확장재정 힘 받으려면 추경 불가피"


정부가 내년 상반기 건설·교통 분야 예산 중 36조 원을 조기 투입하기로 했다. 내년 3월까지 110만 명 이상의 정부 직접 일자리 채용도 마무리한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지난 27일 국회에서 민당정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내수 경기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협의회에 참석해 “수출이 둔화하는 등 경기 하방 위험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며 “정부 예산뿐 아니라 공공기관 투자와 정책·금융 등 공공 부문 가용 재원을 총동원해 경기를 보강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내년 국토교통부 예산 약 59조 원 중 36조 원 이상을 상반기 안에 조기 집행할 계획이다. 도로·철도·공항 등 지역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등을 상반기 중 12조 원 이상 집행하고 건설형 공공주택의 경우 내년 총 7만 가구 이상을 착공할 예정이다. 정부가 고용할 예정인 직접 일자리 124만 개 중 90%(약 110만 명) 이상을 내년 1분기 안에 채용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관광 업계에는 500억 원 규모의 특별 융자를 한시적으로 지원하고 근로자 대상 휴가 지원 사업 규모도 현재 6만 5000명에서 두 배 이상 확대하기로 했다. 이는 관광업이 내수 활력을 높이는 핵심 분야가 될 것이라는 인식을 공유한 데 따른 조치다.

골목상권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기존에 10%였던 온누리상품권 할인율도 설 명절 기간 15%로 높일 방침이다. 온누리상품권 사용이 가능한 골목형 상점가를 기존 353곳에서 550곳으로 늘리기로 했다. 또 68개국에 대한 전자여행허가제(K-ETA) 한시 면제 조치 연장, 중국·동남아시아 등 6개국 비자 수수료 면제 연장, ‘코리아 그랜드세일’ 등 대형 행사의 상반기 개최 등을 통해 방한 시장 확대에도 나선다. 이와 더불어 내년 정책자금 8조 원 이상을 연초에 신속 집행해 유동성 위기를 겪는 중소기업 등을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내년도 예산집행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조기 집행으로 서민 경제 안정에 재원을 집중 투자해야 한다”며 “관광산업은 내수 소비 활성화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례 없는 속도와 규모로 신속 집행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한국 경제의 역성장 우려까지 제기되는 만큼 내수 회복 등을 위해 재정 투입 규모와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미다. 정치권과 한국은행 등이 재정 조기 투입의 필요성을 제기하자 경제성장률 방어 등을 위해 신속한 예산집행에 나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날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2025회계연도가 개시되기 전 물가 안정, 생계비 완화 목적으로 11조 60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배정할 예정이다. 회계연도 개시 전 예산 배정 규모는 2009년(11조 7000억 원) 이후 최대치다. 원칙적으로는 회계연도가 열린 뒤 사회간접자본(SOC)·복지·국방을 비롯한 각 분야에 예산을 배분한다. 그러나 기재부에서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는 회계연도 전에도 각 부문에 예산을 배정할 수 있다. 이 경우 기존에는 2분기에 집행했던 사업을 1분기에도 추진할 수 있어 예산집행 속도를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 예산 59조 원 중 60.8% 수준인 36조 원 이상을 6월 말까지 쓰겠다고 밝힌 것 역시 예산 조기 집행 기조와 관련이 깊다. 올해 국토부는 상반기에 전체 예산 중 60.8%를 썼는데 이보다 집행률을 높이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상반기 중 도로·철도·공항을 비롯한 지역 SOC 예산을 12조 원 이상 쓰고 주거 취약 계층 지원을 비롯한 민생 부문 국토부 예산을 11조 7000억 원가량 투입할 계획이다. 건설형 공공주택은 내년에 7만 가구 이상 착공한다. 이 가운데 1만 9000가구 이상은 상반기 중에 공사를 시작한다. 세제 특례와 기업 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를 활용해 지방 주택 시장도 지원한다.



당정은 재건축·재개발촉진특례법 또한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협업할 방침이다. 재건축촉진법은 정비사업 기간을 최장 3년 앞당기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어 건설 업계에서는 이 법이 통과돼야 주택 공급을 신속히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건설 부문은 현재 내수에서 가장 취약한 분야로 꼽힌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10월 건설 기성은 전달보다 4% 줄어 6개월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2008년 1~6월 이후 최장 기간 감소세를 이어간 것이다.

내수의 또 다른 약한 고리로 꼽히는 소상공인 부문에 대해서도 신속하게 지원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1~11월 노란우산 폐업공제금은 전년 동기보다 10.1% 늘어난 1조 3019억 원이 지급돼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는 98만 6487명으로 집계가 시작된 2006년 이후 가장 많았다.

당정은 “8조 3000억 원 규모로 편성한 소상공인·중소기업 정책자금을 연초부터 최대한 신속하게 집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온누리상품권을 쓸 수 있는 골목형 상점가를 기존 353곳에서 550곳으로 확대한다는 방침도 내세웠다. 정부는 올해 온누리상품권 발행 예산을 올해(4조 5000억 원)보다 1조 원 높은 5조 5000억 원으로 책정한 바 있다.

중견·중소기업 근로자의 국내 여행 경비를 지원하는 휴가 지원 사업 대상자는 현재 6만 5000명에서 13만 명 이상으로 2배가량 확대한다. 지역 소비 촉진 취지에서 비수도권 대상 숙박 쿠폰 발행도 추진한다. 최 부총리는 “소상공인을 위한 추가적인 지원 방안을 강구해 이달 30일 2025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에서 예산 조기 집행 카드를 꺼내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평가한다. 비상계엄 사태나 탄핵 정국을 제쳐놓더라도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나 중국 경기 둔화와 같은 요인으로 내년도 경기 전망이 밝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을 1.7%로 밝혔고 골드만삭스(1.8%), JP모건(1.7%)과 같은 해외 투자은행(IB)들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 중후반대에 머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상반기에라도 가용 한도에서 확장재정을 추진해 경기 하강을 최대한 막으려 나설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다만 추가경정예산을 짜지 않을 경우 이 같은 내수 지원책에 힘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내년에는 상반기뿐 아니라 하반기에도 경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예산을 조기 집행할 경우 추경 또한 필수적으로 수반돼야 해 재정 확대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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