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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행’ 맡게 된 경제부총리[뒷북경제]

대통령·국무총리·부총리 '1인 3역' 맡아야

쌍특검법 및 헌법재판관 선임 등도 과제로

경제부총리로서도 현안 산적한 상황인데

당분간 경제정책 집중도 떨어질 수밖에





지난 27일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의결되면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 역할을 맡게 됐습니다. 정부 안팎에선 최 권한대행이 이례적으로 외교·내치까지 맡게 돼 당분간 ‘상황 관리’ 위주로 경제정책을 운용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국무총리·경제부총리…1인 3역 해야 하는 최상목


최 권한대행의 정식 직함은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입니다. 직함의 길이에서 짐작할 수 있듯, 최 권한대행은 대통령·국무총리·경제부총리 등 각 역할을 모두 수행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하게 됐습니다.

최 권한대행이 권한대행직을 맡은 직후 챙긴 사안은 외교·안보였습니다. 한 총리와 면담한 뒤 김명수 합동참모본부 의장과 통화하며 “북한이 오판해 무모한 도발을 감행하지 못하게 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확고한 태세를 견지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외교·국방·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안보·치안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이후엔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개최했습니다. 최 권한대행은 이제 NSC 의장도 맡아야 합니다. 경제부총리가 치안·외교·안보 관련 지시를 내리는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한 것입니다.

정치권과의 협상도 최 권한대행의 과제로 남았습니다. 당장 31일 국무회의에서 쌍특검법을 공포할지, 아니면 거부권을 행사할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국회가 추천한 3인의 헌법재판관 임명, 상설특검 추천 의뢰 등 한 총리가 풀지 못한 숙제도 떠안게 됐습니다.

정부 조직을 가다듬어야 하는 과제도 남아 있습니다. 최 권한대행은 28~29일 공식 외부 일정 없이 내부 업무보고를 받으며 ‘비상 정부’를 운영하는 방안을 고심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기재부엔 국무회의를 비롯해 권한대행의 주요 업무를 수행할 조직이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국무총리실·외교부·국방부 등에 외교·안보와 내치 부문 업무를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가 주요 관건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경제정책에 대한 집중도, 떨어질 수밖에”


최 권한대행은 경제부총리로서 본연의 업무도 맡아야 합니다. 이미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최 권한대행은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회의)와 산업경쟁력강화 관계 장관 회의 등 수십 차례의 회의를 열었습니다. 비상계엄 선포 여파로 대외 신인도, 환율 문제, 자본시장 불안 등 경제 관련 긴급히 대응할 사안이 산적해 있던 만큼 최 권한대행 입장에선 경제부총리로서도 이미 벅찬 일정을 소화하고 있던 셈입니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최 권한대행이 기존처럼 경제정책에 집중할 여력은 크게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정부 안팎에선 최 권한대행이 당분간 기재부를 김범석 1차관과 김윤상 2차관에게 맡기고 본인은 정치·안보 현안에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문제는 경제팀이 풀어야 하는 과제가 산적해있다는 점입니다. 일단 지난 10일 국회를 통과한 야당 감액 예산안을 보완할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추가경정예산을 비롯한 각종 논의가 필요합니다. 모두 국회와 치열하게 협상해야 하는 사안들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한국은행과의 재정·통화정책 조합, 내수 부양 대책, 산업 구조조정 문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대응한 통상전략 등 다른 과제도 쌓여 있는 상황입니다. 더구나 주요 투자은행(IB)과 경제 분석 기관에서 한국의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1.7~1.8% 수준으로 내다볼 정도로 우리 경제 상황은 심각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전문가들은 최 권한대행 체제에선 일단 내수 대응부터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비상계엄 사태로 악화된 소비·투자 심리에 대한 특단의 대책부터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입니다.

거꾸로 보면, 이는 결국 현재 경제팀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당분간 제한적이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당장 정부가 사실상 ‘식물정부’로 전락한 만큼 추가적인 정책을 정치권에 제의해도 받아들여지기 힘들 것이라는 뜻입니다. 이 때문에 경제팀이 ‘상황 관리’만 잘해도 선방했다고 볼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됩니다.

최 권한대행이 대통령의 업무까지 도맡게 되면서 ‘경제정책의 정치화’ 오해를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기본적으로 경제부총리는 ‘경제관료’로서, 대통령은 ‘정치인’으로서의 정체성이 강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경제관료’가 ‘정치인’의 역할까지 같이 맡게 된 만큼 순수한 의도를 가진 경제정책도 정치적이라고 오해를 살 공산이 커졌다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를 “먹물(정치)이 튀어서 다시는 하얀 옷(순수한 경제정책)이 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비유했습니다. 그는 “앞으로 최 권한대행이 경제정책을 시도할 경우 정무·정략적인 관점에서 더욱 자유롭기 어려울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이를테면 최 권한대행이 강조하는 경제정책이 순수하게 경제관료로서 주장하는 것인지, 혹은 본인의 정치적 입장 때문에 역설하는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게 됐다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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